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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직장’이 ‘신(辛)의 직장’으로, 금융공기업 기(氣) 살리자
‘신(神)의 직장’이 ‘신(辛)의 직장’으로, 금융공기업 기(氣) 살리자
  • 권의종
  • 승인 2023.11.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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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苦(3GO)’ 일터, “ 멀리 지방가고, 인재 떠나가고, 조직 늙어가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며 국민적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온 금융공기업. 이제는 ‘신(辛)의 직장‘이 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은 초라하다. 지방 이전, 임금 통제, 인재 탈출, 조직 고령화 등의 이슈가 맞물리며 업무가 고단하고 구성원의 삶이 고달프다. 

지방살이가 힘들다. 매주 일요일 오후나 월요일 새벽, 지방행 교통편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금요일. 서둘러 일을 마치고 서울 갈 채비를 해야 한다. 몇 시간 걸려 밤늦게 귀가하면 몸은 천근만근, 파김치가 되고 만다. 저녁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떨어진다. 두 집 살림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든다. 한두 해도 아니고 퇴직 때까지 이런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을 이어가야 한다. 

연봉은 멈춤이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법. 민간 금융사와 벌어지는 연봉 차이에 속이 쓰리다. 절대적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두 번 운다. 2018년까지만 해도 국책은행의 연봉(1억464만 원)이 4대 시중은행(9,300억 원)보다 높았다. 이제는 옛말. 2022년에는 국책은행 평균 연봉(1억929만 원)이 4대 은행(1억1,275만 원)보다 낮아졌다. 

중앙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10년간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연봉 상승률로 시중은행보다 연봉이 뒤처졌다. 한은 임직원 평균 연봉은 2012년 9,390만 원에서 지난해 1억331만 원으로 10년간 10.0% 느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날아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억2,292만 원으로 2012년보다 58.6%, 하나은행은 65.0%, 우리은행은 49.1%, 신한은행은 46.1% 점프했다.

'금공(金公)'이 '금공(禁公)', 외견상 화려하나 참모습 초라

젊은 인재가 떠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 내용이 충격이다. 지난해 중도 퇴직자(37명·명예퇴직 제외) 가운데 20, 30대 직원 비율이 73.0%, 27명에 달했다. 2019년 60%, 2020년 63.64%보다 크게 높아졌다. 경력직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2018∼2022년 채용 예정 인원 96명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49명만 자리를 채웠다. 

지방 이전이 끝난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은 물론이고, 이전이 예상되는 산업·수출입·기업은행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직원 이탈이 심각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중도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이하는 68명, 30대는 64명으로 전체의 78%였다.

채용 경쟁률은 추락한다. 산은과 수은은 2020년까지 평균 5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 이전이 거론된 2021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경쟁률이 내림세다. 수은과 산은은 2019년 상반기 채용에서 각각 80.87 대 1, 60.0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수은의 지난해 상반기 채용 경쟁률은 22.72 대 1, 하반기 경쟁률은 33.23 대 1로 떨어졌다. 산은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29.7 대 1, 올 상반기에는 30.7 대 1로 예년보다 채용 경쟁률이 저조했다.

조직은 늙어간다. 금융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급증세다. 전체 인원의 8% 수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의원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6개 정책금융기관, 산은‧기은‧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1,800여 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 2만2,895명의 7.9%를 차지한다. 산은은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이 10.9%, 신보는 10.2%, 기은은 7.2%다. 

금융공기업 구성원도 근로자, 민간 금융사에 상응한 대우해야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금융공기업의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은 0~2%에 불과한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공기업 직원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명예퇴직의 퇴로가 막혀서다. 감사원은 2014년 금융공기업의 명예퇴직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임금피크제 기간 잔여 급여의 45%만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제한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경우 2,357명에게 1인당 평균 3억5,548만 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금융공기업 직원에는 그림의 떡. 임금피크제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정년 때까지 조직에 남아 잡일이나 하며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조직에는 부담이다. 신규 직원 채용 축소, 인력 운용과 인사 적체, 일반 직원의 업무 가중 등으로 이어진다. 

금융공기업도 기업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구성원도 근로자다. 멀리 지방에서 가족과 떨어져 사명감 하나만으로 업무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건 억지다. 그럴수록 인커리지와 인센티브가 필수다. 공기업 효율화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도 중요하나 연봉을 통제하고 복리후생을 삭감하고 희망퇴직을 봉쇄하면 '금공(金公)'이 '금공(禁公)'된다. 

경영은 사람이다. 정책금융을 제대로 공급하려면 금융공기업 구성원에게 민간 금융사에 상응한 처우를 하고 조직의 막힌 숨통을 터줘야 맞다. 이 모든 게 돈이 드는 일이긴 하나, 아낄 돈을 아껴야지 쓸 돈은 써야 한다. 품삯에 인색하면 좋은 일꾼을 못 쓸뿐더러 있는 일꾼도 떠나가고 만다. ‘돈을 써야 사람이 모이는’ 이치는 자고이래 세상만사 공통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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