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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대입(代入)해 보기
인물 대입(代入)해 보기
  • 임정덕
  • 승인 2023.1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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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인간의 약점 중 하나는 자기가 보고 깊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전체 그림과 맥락은 무시하며 살아가려는 편협성이다. 이른바 ‘확증편향’이다. 특히 과거의 일을 상황과 여건이 전혀 다른 지금의 시각에서 판단하거나 한 측면에서만 부각시켜 악마화하거나, 그 정반대로 미화하며 우상화하기도 하는 어리석음도 있다.

오랫동안 식민지였던 나라를 새로 건국하고 6·25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안보에 결정적 기초를 닦은 대통령이나, 산업화로 세계 최빈국 상태에 있던 나라가 오늘날 한 세대 만에 선진 부국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이루게 한 대통령을 진영논리만으로 판단해 악마화하거나 부정하는 흐름이 지속돼 왔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계층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어리석음과 비겁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고 안 되면 차선, 아니면 차차선이라도 추구하려는 본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국가 운영과 관련된 과거의 선택이나 처해진 여건도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여의치 않았던 경우 차선 혹은 차차선의 대안이 있었겠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때의 선택과 여건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바 대한민국에는 많은 인물이 있었다. 그중에는 대통령이나 지도자로 나라를 직접 이끌었던 사람도 있고, 집권자의 경쟁자나 지도적 정치인 또는 사회적 활동으로 부각된 인물도 있다. 논란의 와중에 있어 온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대신에 당시는 물론 현재의 활동 인물이나 역대 대통령들을 대입(代入)시켜 이후의 결과를 상상하거나 추론해 보기를 제안한다.

시간에 제약을 둘 필요도 없이 ‘어떤 인물이 당시의 역할을 대신하고 나라를 이끌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만 따져 보면 된다. 다만 논리적이고 합리적 타당성을 지닌 주장이어야 하고 설득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대입된 인물이 이끌었다면 결과적으로 오늘날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결론이나 주장이 나와야만 당시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필자는 이승만, 박정희 대신에 그 누구를 가상 대입해 보더라도 오늘날의 결과를 만들지 못했으리라고 확신한다. 혼란의 해방 정국에서, 절대 열세였던 전쟁에서, 안전보장책 없는 휴전협정에서, 북한의 재침 위협이 상존하고 많은 국민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엄혹한 상황에서 나라를 보위하고 발전시키려는 통찰력과 리더십 없이 민주주의만 외쳐서는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누구라도 대입할 수 있는 인물이 거론, 추천, 논의되기를 바란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전후 세계의 모든 후발국이 염원하고 노력하는 과제다. 현재까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큰 시차 없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다. 그런데 ‘선후 관계에서 만약 산업화가 앞서지 않고 민주화부터 진행되고 달성됐더라면 이후 산업화가 제대로 진행돼 오늘 같은 번영과 대역전극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세기 이후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뤘으나 산업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전히 몸부림치는, 당시 한국보다 앞섰던 나라들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고 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는 4·19 이후의 ‘데모공화국’에서 산업화의 기틀이라도 마련될 여지가 있었을까?

5·16 후 군사정권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하자 나중에 대통령이 된 당시의 야당 지도자가 현장에 드러누워 몸으로까지 공사를 극력 방해한 것도 기억되는 일이다. 안목과 통찰력은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할 점은 앞의 두 지도자는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청렴성에서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매우 드문 지도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상대적으로 경시하거나 뒷자리에 놓을 이유는 없다. 또 공이 있기 때문에 과는 덮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과가 있다고 해서 건국과 나라 발전을 이끌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혁혁한 공을 세운 대통령들을 폄훼하고 기념관 건립까지 여태 시작하지 못했던 후예들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K-Speed-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 Ethics International Press, 영국,   

K-스피드: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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