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경쟁이 단기간에 과도해지면 수신 안정성이 나빠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져 상시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와 소위 '레고랜드 사태' 등 영향으로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점이 특히 비은행권의 재무안정성을 크게 저하시켰다는 분석이다.
유재원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은행리스크팀 과장 등은 11일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BOK이슈노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예금취급기관 사이 수신경쟁은 극도로 심화됐다. 일부 은행들이 유동성 규제 정상화 대응, 시장성 수신 애로 완화 등을 위해 수신을 확대하자 경쟁관계에 있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수신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수신경쟁 심화는 평균 예금금리 스프레드(가중평균 예금금리-CD금리)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 분석 대상 기간(2014년 1분기~2023년 2분기) 중 수신 경쟁 시기(2021년 3분기~2023년 2분기)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각각 40bp(1bp=0.01%포인트)와 82bp를 기록했다.
과도한 수신경쟁이 없었던 시기(2014년 1분기~2021년 2분기)에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각각 6bp, 52bp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스프레드가 넓어질수록 경쟁이 심화됐음을 의미한다.
비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모두 지난해 중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중 은행권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83bp까지 올랐고, 비은행권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지난해 4분기 중 142bp로 크게 확대됐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신규 취급 기준 가중평균 예금 금리와 시장성 수신 금리 간 차이로, 수신 경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이러한 스프레드 확대는 예금취급기관의 재무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스프레드 확대가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을 키워 수익 안정성을 떨어뜨린 것으로 해석했다.
대출 금리가 업권별로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시중은행과 비은행권에서 예대금리차가 더 축소됐다.
한은은 수신 경쟁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금리 혜택을 높일 수 있지만, 단기간의 과도한 인상은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원 한은 금융안정국 은행리스크팀 과장은 "비은행권의 경우 중앙회가 개별 회원기관에 시의적절하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 등 일부 비은행권에서 수익성 저하 우려로 늘어난 조달 금리만큼 대출을 확대하지 못해 운용에 제한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