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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춘향' 이자 캐시백, 상생 취지 좋으나 시장경제 흔들라
'억지춘향' 이자 캐시백, 상생 취지 좋으나 시장경제 흔들라
  • 권의종
  • 승인 2023.12.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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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받은 대출이자 돌려주는 방안 검토 중...시행에 앞서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 막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캐시백(cash back). 소비자에게 구매 대금의 일부를 현금 또는 현금과 유사한 형태로 환급해주는 서비스다. 고객 유치와 이탈 방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구매 의욕 증진, 브랜드 충성도 강화, 기업 경쟁력 제고 등을 기하기 위함이다.

캐시백의 역사는 길다. 20세기 중반 이후 소비자 마케팅 전략의 한 부분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신용카드 회사가 일부 구매 금액을 환급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오늘날에는 온라인 쇼핑에서의 캐시백, 신용카드 결제 시의 캐시백, 앱을 통한 캐시백 등 종류와 형태가 다종다양하다. 

은행권도 캐시백에 나설 조짐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이미 받은 대출이자를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은행권을 향해 높은 금리로 큰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상생 금융을 요구한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민생금융 지원방안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대책을 논의해 왔다. 이 회의에는 전국은행연합회와 회원은행, 금융당국의 관계자가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상생금융 지원 대상으로 올해 말 기준 금리가 연 5%를 초과하는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임대업 대출자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 규모는 총 2조 원가량이며 지원 방식은 2024년에 납부하는 이자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은 취지가 좋아야 하나, 지원 대상과 방법도 중요

환급 규모는 대출 1억 원에 대해 연간 최대 150만 원이 유력시된다. 평균 감면율은 1.5%포인트로 구간별 대출 금리에 따라 금리 감면을 차등 결정한다는 방침도 언급됐다. 이자 납부 부담을 지속적으로 덜어주자는 취지를 고려해 일시불 보다는 분기별 지급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이자로 낸 금액 중 많으면 월 12만5000원을 돌려주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그동안 이자 장사로 혜택을 누린 은행권의 상생 프로그램은 시의적절하다. 신규 상품의 금리만 낮춰온 기존의 상생 금융 방안으로는 대출 상환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미 내는 대출이자를 깎는 방식은 금리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어 캐시백 형식이 고려될 수 있다. 

정책은 취지가 좋아야 하나 지원하는 대상과 방법도 중요하다. 그동안에도 취약 차주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채무 감면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지원책이 다수 시행됐다. 그러다 보니 어려우면 정부 등이 나서서 으레 도와줄 거라는 기대감이 들 수 있다. 더구나 은행권의 상생안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아닌 은행의 초과 이자수익을 내놓는 방식이어서 결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무리한 지원에 따른 역기능은 정부 돈과 은행 돈에 차이가 있을 리 없다.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 지원이 문제다. 지원에 따른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에도 여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융 취약계층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있는 게 아니다. 서민, 노인층, 청년층,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이 처한 사정은 더 딱하다. 고금리에 따른 고통만 놓고 보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가 훨씬 크다. 

꼼꼼한 준비로 단단한 성과, 탄탄한 상생 이뤄야

어려워도 대출을 꼬박꼬박 갚아온 성실 채무자가 손해 보는 역차별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다 보면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가 되레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신용대출 금리에 따르면, 600점대 중·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신용대출은 신용 점수가 높을수록 더 낮은 금리로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951~1000점에 해당하는 고신용자에게는 평균 연 7.51% 금리로 대출을 해 준 반면, 751~800점대 신용자에게는 연 5.74%로 빌려줬다. 농협은행도 601~650점대 신용자에게 점수가 더 높은 신용자보다 평균 0.21%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을 실행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마찬가지. 저신용자에 각각 0.39%포인트, 0.08%포인트 낮게 금리를 책정했다.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면 은행의 신뢰도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규제 강화가 역효과를 내고 일관성 없는 정책 시행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그중 일부를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다. 이자를 높여 받았다면 낮춰 받으면 될 일이지, 일단 받고 나서 일정 대상에 한정하여 일정 금액을 일시적으로 돌려주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고 이치에 어긋난다. 본말전도, 억지춘향이다. 

이자를 돌려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서도 많아봤자 150만 원 정도로는 도움이 안 된다. 그나마 분기별로 나눠서 받다 보면 안 받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푼돈에 불과하다. 정부의 압박 공세에 은행권이 시행에 목을 매선 안 된다. 정 그래야 한다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한정하여 캐시백을 하는 합당한 이유와 타당한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서 대출 상환이 힘들 정도로 소득이 줄어든 대상을 선별해 이자를 돌려줘야 맞다. 그러지 않고는 도덕적 해이 논란과 형평성 문제를 잠재우기 어렵다. 만사 불여튼튼, 준비가 꼼꼼해야 성과가 단단하다. 탄탄한 상생이 이뤄진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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