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올해 역대급 이자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이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돈잔치’, ‘종 노릇’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연말 상생금융 압박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특별퇴직금과 위로금을 줄여 짐 싸는 뱅커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NH농협) 중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올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예년보다 특별퇴직금 규모를 줄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특별퇴직금은 출생년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을 지급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희망퇴 특별퇴직금이 올해 1월, 8월에 비해 축소된 점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과 8월 실시한 희망퇴직에서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월평균 임금 9~36개월치를 지급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에게 20~39개월 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모두 동일하게 최대 20개월 치의 위로금을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노사가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아직 협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0년과 2021년에 각 4억540만원과 3억6436만원의 1인 평균 희망 퇴직금을 지급했다.
관리자·책임자·행원급에게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고 1967년생에게는 24개월치, 1968년생 이후 출생 직원에게는 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올해 7월까지 713명, 3232억원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현재 세부사항을 검토중에 있다. '준정년 희망퇴직'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올해는 은행권의 희망퇴직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신청 규모도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은 ‘돈 잔치’ 비판을 의식해 눈치를 보며 고심 중이다.
실적이 좋은데 희망퇴직 조건을 무턱대고 축소했다가 노조가 반발할 수 있고, 그렇다고 최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0조원이 넘는 이자 이익(30조9366억원)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실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진행한 은행들처럼 지난해보다 더 나은 조건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