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사업의 주택 매입가격을 ‘감정가’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이는 제도를 강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손질에 나선 것으로 부진한 매입임대사업을 정상화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15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매입임대사업이란 LH 등 공공기관이 다가구와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전 약정 방식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해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앞서 LH는 지난해 4월 제도개선을 통해 매입임대사업의 매입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매입임대사업 차원에서 준공 후 미분양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면서 고가 매입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기존에는 2개 감정평가 업체의 평가 금액을 산술평균해 주택을 매입했으나 공공건설임대 표준 건축비를 적용해 '원가 이하' 금액에 매입하기로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기준 강화로 지난해 정부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연간 목표 물량인 3만5000가구의 30% 수준에도 못미치는 등 저조했다.
이 제도는 또한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준공주택을 원가 이하로 사는 것은 매도자에게 손해를 보고 팔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건축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신축매입 약정 실적이 부진해진 것도 정부가 기준 완화 검토에 나선 배경이다.
지난 1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 정책에 따르면 LH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을 감정가 수준에서 협의 매수해 보증금 반환 금액과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매입임대사업의 매입가를 감정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당시 정부는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LH가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매입가가 현실화될 경우 매입 속도가 빨라지며 악성 미분양 물량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분양가 할인 등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구 노력의 정도와 매입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추후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매입임대사업을 정상화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