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5:25 (토)
장수(長壽)는 재앙인가? 나이 들수록 서러운 ‘어르신’들
장수(長壽)는 재앙인가? 나이 들수록 서러운 ‘어르신’들
  • 나병문
  • 승인 2024.01.23 15:5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병문 칼럼] 보건복지부는 연초에 ‘2024년도 제1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연금액을 3.6%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받는 약 649만 명이 지난해 물가상승률(3.6%)만큼 오른 기본연금액을 이달부터 받게 된다.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 중 소득 하위 70%(약 701만 명)에게 주는 기초연금도 같이 오른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은 매년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서 지급액을 조정하는데, 이는 물가 인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질 연금액이 하락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정도 인상으로 연금 이외의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노인들의 삶이 유의미하게 좋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치솟는 물가(체감물가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높다)로 인해 국민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이 든 이들은 더 심각하다. 몇 푼 안 되는 연금으로 먹고사는 노인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갈수록 골치 아픈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껏 그에 대한 대책이 숱하게 논의됐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흔히들 노후는 ‘제2의 삶’이요 인생 2막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리던 이들이 나이 들어 힘이 빠지면, 고단한 심신을 달래며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은 꿈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바람이고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최소한의 기대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나이 들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자칫하면 젊은 시절에 겪어보지 못한 인생 최대의 ‘고통기(苦痛期)’가 될 수도 있다.

‘비참한 老年’ 걱정하는 베이비부머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1955년~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후(戰後)의 높은 출산율로 말미암아 약 730만 명에 달하는 그들은 산업 시대의 주역으로 국력 신장에 큰 역할을 한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도 그들이 흘린 땀 덕택이다. 그런 그들이 나이 들어 인간답게 사는 게 힘들다며 토해내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들에게 절박한 문제는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힘든 생활고다.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건만 그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가난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국가의 역할이건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감추지 못한다. 소득 부족, 경제 불확실성·물가 상승,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가능성,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 등 지출 부담에 더해서, 열악한 거주지와 의료시설, 건강관리·질병 대비 등 고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잘 돼 있다’라고 대답한 가구는 8.7%에 불과하다.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인 인구 비중)’은 39.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이 발표한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79세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53.5%가 "경제적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에 대해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퇴할 세대가 제대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에 더해 2, 3층 연금까지 아우르는 연금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연금제도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연금은 고갈 위기에 놓였고 퇴직·개인연금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한강의 기적’ 세대 배려하는 정책 발굴해야

문제는 노인이 되고 나면 열악한 경제환경을 스스로 극복할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3층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었던 세대”라며 “부족한 연금에 고령층의 질 낮은 고용 문제까지 맞물려 힘겨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산 구조와 노후에 급증하는 의료비는 고령층의 노후를 더 고단하게 만든다.

취약계층을 돕는 정부의 지원체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국민연금의 1인 1연금 체계와 기초연금 내실화, 퇴직·개인연금, 주택·농지연금 활성화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도 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조건 사회보장 체계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령자들의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제3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24~2026)’을 발표했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도 국회를 통과해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 요양-돌봄서비스 연계·통합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돌봄서비스, 경로당에 대한 지원 강화 등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왠지 가슴에 확 와닿지 않는다. 여전히 지엽적이고 생색내는 조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이 땅의 노인들은 폐허 속의 나라를 반석 위에 올리느라 땀 흘리며 살아왔다. 그들이 가꾼 과실을 향유(享有)하는 현재 세대는 ‘산업 시대의 역군’들이 장수를 재앙으로 받아들이게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아니던가, 노인들이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할 책무가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할 의지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그들이 흘린 땀을 보상할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염원(念願)한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