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 A씨는 금융권에서 빌린 돈 3000만원과 통신비 등 통신채무 100만원이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까지 잃자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원금 일부를 감면받고 이자율도 낮출 수 있었지만, 소득이 없어 통신비를 내지 못해 휴대전화를 더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다시 직장에 다니려면 휴대전화가 필수인 탓에 금융채무도 다 갚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업체로부터 법정최고금리(연 20%)로 200만원을 대출해 통신비를 납부했다.
금융위원회는 A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동시에 조정하는 통합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해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동시에 조정하는 '금융·통신 통합채무조정'을 오는 2분기 시행할 계획이다.
통합채무조정이 시행될 경우 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번에 조정받을 수 있으며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감안해 채무자가 성실히 상환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채무와 통신채무가 조정된다.
통신채무가 연체되면 전화, 문자 등 통신 서비스 이용이 제약돼 구직활동 등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때문에 대부분 통신채무를 금융채무보다 우선해 상환하게 되는데 통신채무가 연체된 상황이라면 경제 사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현재 신복위는 3개월 이상 연체된 핸드폰기기비(서울보증보험 보증채무) 외에는 통신채무를 직접 조정할 수 없다.
통신채무를 갚기 어려운 신복위 이용자는 통신사에 5개월 분납까지 요청할 수 있다. 통신요금과 소액결제대금은 신복위를 통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채무조정의 재기지원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합 채무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신업계가 신복위 채무조정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소액결제사인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통신 관련 업체들의 채무조정 관련 협약 가입을 1분기 중 추진하고, 이후 관련 규정 개정과 시스템 정비 등 준비절차를 거쳐 2분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선 통신요금뿐 아니라 소액결제대금까지 채무조정 대상에 들어가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를 악용해 고가폰을 현금화하는 '휴대폰깡'을 한다거나 소액결제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시도가 있을까 걱정된다"며 "'어려우면 정부가 도와주겠지'란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휴대폰이 취업 수단이기도 본인 인증도 해야 하는 생계수단인 만큼 서민층 입장에서 매우 절실하다"며 "재산이 있으면서 채무조정을 신청한 분들에 대해선 필터링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