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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즐기는 인류, ‘AI의 배신’ 막을 수 있나?
전쟁 즐기는 인류, ‘AI의 배신’ 막을 수 있나?
  • 나병문 칼럼
  • 승인 2024.02.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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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세계는 지금 곳곳에서 전쟁 중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러·우 전쟁은 2년 넘게 끄는 중이고, 작년 10월에 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도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은 언제든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세계를 긴장시키고,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난사하는 북한까지 가세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온통 전쟁의 풍랑(風浪)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무질서와 공포의 기류(氣類)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평화가 파괴되고 전쟁이 일상화된 세계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서로 싸우며 살아왔다. 선사 시대 이후로 전쟁 없이 보낸 시기가 얼마나 있었던가? 오히려 평화로운 시기를 ‘예외적으로 전쟁 없었던 기간’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인류 역사는 곧 전쟁사(戰爭史)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인류가 전쟁을 즐기고 그것을 통하여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왔음을 인정한다 해도, 전화(戰禍)로 인한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류에게 새로운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지금까지의 전쟁이 인간들끼리의 놀음이었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인간과 다른 종(種) 사이의 쟁투(爭鬪)가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내용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과 싸울 상대가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기계라는 점이다.

그동안 인간의 지시에 충실하게 복무하던 인공지능이 자신을 만든 인류에게 반기(反旗)를 드는 날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것은 마치 인류가 조물주에 대한 절대복종을 거두고, 첨단과학기술을 앞세워 신의 권위에 겁 없이 도전하는 격이다. 물론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AI는 진화할 것이고,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분야도 늘어날 것이다.

기계의 도전과 인간의 응전, 새로운 차원의 전쟁

인공지능이 인류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등장할 거라는 조짐은 사방에 널렸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는 AI 소프트웨어 세력이 하드웨어까지 넘보는 ‘칩워(chip war)’의 상징적 이벤트다. 이에 대해, 낸드리서치의 스티브 맥도웰은 “올트먼의 행보는 AI 수직 계열화와 하드웨어 맞춤화를 위한 트렌드를 보여준다”라며 “새로운 반도체 경쟁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장면들도 있다.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IT 관련 매체인 와이어드(Wired)는 “인공지능 쓰나미를 준비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의 로이터(Reuters)통신도 ‘지금은 모든 면에서 AI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CES의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이 모든 사물에 들어가는 시대가 왔다”라며 “AI가 적용되지 않으면 ‘신제품’이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기업인 뉴럴링크(Neuralink)는 최근에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뉴럴링크는 ‘신경 레이스(neural lace)’라고 부르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그곳에선 가까운 시일 내에, 생각을 전송(upload)하고 내려받는(download)

기능을 갖춘 작은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와 유사한 ‘AI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출현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과연 출현할까?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과 같은 의식(意識)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의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인간끼리의 전쟁에서도 AI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미래의 전쟁은 지금과 전혀 다른 양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뀐 전장(戰場)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AI의 배신’으로 인한 ‘인류의 종말’만은 막아야

지금까진 인간이 기계와 생사를 걸고 맞서는 장면은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류가 어느 날 자신을 배신한 AI와 싸우는 날이 온다고 가정해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한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같은 우려가 머지않아 현실이 되고 말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기계가 인간과 동등한 의식을 갖기를 원하고, 딥러닝을 통하여 그걸 심화하는 날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기에 공포가 더 커진다. 역사에서 보았듯이, 처음엔 극히 사소해 보이던 사건이 나중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었다. 인류는 그때마다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힘겹게 극복했다. 지금의 인류 또한 저항하기 힘든 격랑에 휩쓸리는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버리고, 자신의 창조주를 압살하려 드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닥쳐올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오늘이나 내일 일어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그런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경각심을 잃고 살아간다면, 언제라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몰아칠 수 있다. 그리되면 오랫동안 지구촌의 주인행세를 해왔던 인류와 그들이 쌓아 올린 문명이 송두리째 허망하게 무너져내릴 수 있다.

‘AI의 배신’은 언제라도 현실화할 수 있으며,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렇다고 막연한 공포심에 질려 우왕좌왕하거나 지나친 규제 위주의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준비하여 지능을 가진 기계를 적절히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쉽사리 멸종의 길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장담컨대, 먼 훗날에도 AI는 우리의 충실한 조력자로 남아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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