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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오냐' 온정적 한계기업 지원, 이젠 끝내자
'오냐오냐' 온정적 한계기업 지원, 이젠 끝내자
  • 권의종
  • 승인 2024.02.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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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부담 키우고 생산요소 효율 방해...경영자부터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회사 모니터링 강화하고, 부실 부추기는 금융 제도 손봐야

채무상환에 부담 주는 대출관행 시정...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 늘려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쟁력이 낮아져 외부의 자금 지원 없이 자력으로 유지가 힘든 한계기업. 이를 보는 전문가의 시선이 냉담하다. “영업활동을 통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들처럼 수익성이 안 좋은 기업이 계속 남아서 안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을 계속 붙잡고 있고, 정부 정책 자금도 낭비하다 보면 새로운 기업이 신성장을 창출할 동력이 사라진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디지털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내린 뼈있는 진단이다. 
 
당연한 언사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한계기업에 대한 그간의 온정적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중견기업에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864조4천억 원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말 318조8천억 원 대비 58.4%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도 234조7천억 원, 51% 늘었다. 

그런데도 결과가 영 신통치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만 봐도 그렇다.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이 42.3%에 이른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1년(40.5%)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건 수익으로 이자도 못 낸다는 의미다.

정부로서는 한계기업 증가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기업 부실로 줄도산이 발생하면 부작용과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경제가 흔들리고 민심이 동요하게 마련이다.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한계기업과 잠재적 부실기업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 지원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부실 방치하면 경제 흔들, 민심 동요

난제일수록 정면 대응이 묘약. 기업 운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부터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힘들다고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기업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수익 증대는 물론 비용 긴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과도한 주주 배당, 과다한 대표자 급여와 상여, 고액의 업무추진비 지출, 거액의 대표자 종신보험 가입, 값비싼 승용차 구매 등 방만한 경영 요소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회사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정밀한 신용위험 평가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관리 결과를 토대로 지원 여부, 규모와 방식을 엄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은 추가 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와 구조개선을 질서 있게 유도해야 한다.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재기를 도와야 한다. 업종전환, 재창업, 근로자로 복귀 등 재도전을 지원하고 신용회복과 회생절차를 간이화·신속화해야 한다. 

어린아이 투정 받아주듯 '오냐오냐' 지원은 삼가는 게 좋다. 재정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노동 자본 원자재 등 한정된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한다. 경쟁력이 소진된 기업은 추가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회생이 쉽지 않다. 기업의 정부 의존만 커지고 빚이 늘어 자금난과 경영난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부실을 부추기는 금융 제도는 손봐야 한다. 정책금융과 신용보증에 대한 대표자 연대 입보 면제도 그중 하나다. 법인 대표가 자사 대출에 보증을 서지 않는 터라 책임경영 의식이 약해져 있다. 힘겹게 기업을 끌고 갈 유인이 예전만 못하다. 여차하면 지금 하는 사업을 접고 다시 창업하는 게 낫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다. 빚은 털고 지원은 다시 받을 수 있는 유혹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옥석 가려 지원 여부, 규모와 방식 정해야

정부 지원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그런 사례가 얼마인지는 통계로 잡히지 않으나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 돈은 눈먼 돈', '나랏돈 못 떼먹으면 바보'라는 비아냥이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소수 한계기업의 연명을 위해 다수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만큼은 앞으로라도 없어야 한다. 

차주의 채무 상환에 부담을 주는 대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1년 만기 중심의 운전자금 대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도 확대해야 한다.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출 갈아타기, 받은 이자를 다시 돌려주는 금리 캐시백,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사면 등은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일시적인 도움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지원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제도는 취지도 좋아야 하지만 지원 기준 또한 정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 소상공인 대출' 운영은 문제가 있다. 신청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용점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진다.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744점) 이하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저리 대출을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장 돈이 급하다 보니 금융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신용점수를 낮추는 자해행위를 불사하는 것이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속담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 지혜의 아이콘 솔로몬의 잠언도 돌연 떠오른다. 이 둘을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기업을 ‘금쪽같은 내 새끼’로 바꾸는 지침으로 삼는다면 너무 엉뚱한 발상일까. 하지만 이를 통해 한계기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서두를 일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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