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부 회계법인 조사키로...지난 3년간 100억원대 횡령 등 회계부실 문제 이어져
수공 "자금을 융통성 있게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통합관리...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최근 내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민간위원이 대표로 있는 단체를 무리하게 지원해온 사실이 적발돼 문제가 됐던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번에는 거액의 정부 수탁사업비를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전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수자원공사(수공)에 따르면 2022년 회계년도 기준(2023년 12월) 정부 수탁사업비로 1조4384억원을 받은 공사가 7946억원이 부족한 6438억원의 현금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지난 연말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수공이 수년간 수탁사업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다른 곳에 사용한 것을 파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공은 수탁사업비에 손을 대 2019년과 2022년 자체사업 추진, 운영비 등에 수입액보다 5453억원 더 많은 지출을 했다.
2022년 9월 운용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탁사업비에서 2000억원을 빼내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등 그해 모두 3614억원을 수탁사업비에서 전용해 썼다.
수탁사업비는 물관리, 댐 건설, 유역개발 등의 물 관련 사업을 공사가 정부 대신 맡아서 하면서 지원받은 목적성 예산으로, 국민 물 복지를 실현하는 데 사용해야 할 돈을 사내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수탁사업비를 자체사업비, 운영자금 등과 혼용해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감사원조차 부족한 수탁사업비가 모두 어디에 쓰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공사의 외부 회계법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금융위원회는 수자원공사의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낸 해당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를 한 게 아닌지 조사할 방침이다.
수탁사업비 전용과 관련 수자원공사 측은 "현재 부족한 수탁사업비는 메우고 있다"며 "자금을 융통성 있게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통합관리를 했던 게 문제가 된 것 같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공에서는 지난 3년간 모두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회계부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단 회계직원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5억원의 내부 자금을 빼돌렸다가 붙잡혔고, 2022년 같은 사업단에서 7억원대 자금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지난해 4월에는 해외사업장 파견 직원이 8억5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