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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과 국민의 역할
4·10 총선과 국민의 역할
  • 민계식
  • 승인 2024.02.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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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칼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7월 영국 총선에서 윈스턴 처칠 경(卿)이 이끄는 보수당이 노동당에 참패했다. 전쟁 때문에 계속 미뤄지다 10년 만에 치러진 선거였다. 전후 처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그 중심인물이었던 처칠 경은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제도다. 단,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것을 제외한다면!”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했는데도 총선 패배로 정권을 내주게 되자 하도 한심해서 내뱉은 푸념일 것이다. 그의 푸념대로 민주주의는 완벽한 정치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란 인류가 경험해 본 정치 제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결함이 가장 적을 뿐이지 최선의 제도가 아님은 민주주의가 탄생한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부터 여러 국가를 거치면서 이미 역사적으로 두루 체험한 바다.

여론을 기반으로 기능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점들은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비합리성에 기인한다. ‘민주주의는 유권자 대다수가 최적의 후보자와 최적의 정강을 알아본다’는 가정에 근거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란 제도는 극단주의자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의 선동에 취약하며, 민주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근본이며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에 부정이 개입될 때 위기가 찾아온다.

우리는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5년 단임 대통령을 8명 선출했고 정권 교체를 4번 경험했다. 외형적으로는 민주주의 선진국이고 전 세계의 모범이 되는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를 확립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정치 상황은 갈수록 실망스러워져 가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교체될수록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 총화를 이끌어 가는 정치적 선진화가 아니라 그 반대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증폭시키는 퇴화의 길로 가고 있다. 국민이 잘못된 정치인들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치인 선출로 인한 해악에 대해 외국의 예를 보자. 우리는 ‘독일’ 하면 모범적인 선진국, ‘독일인’ 하면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국민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그 국민이 인류를 세계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희대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종신 총통으로 추대했다. 히틀러는 쿠데타가 아닌 국민의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다. 독일은 이런 우민 정치의 재발을 막고자 2차 대전 후 ‘반(反)나치법’을 제정했다. 한때 세계 5대 부국의 하나였던 아르헨티나와 아시아에서 손꼽히게 잘사는 민주 국가였던 필리핀이 어떻게 됐는가? 이런 세계적 부국들을 오늘날의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시킨 것도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이들 나라 국민들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그 다음 보완책으로 정당들이 제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해야 한다. 정치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정당의 역할은 극단주의자나 포퓰리스트의 선동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 중에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국민을 선동하거나 선동가들과 결탁하는 정당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46조에는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 국가 이익을 우선한 양심적 직무 수행의 의무, 지위 남용 금지의 의무’가 명시돼 있고, 국회법 제25조는 부정부패와 부도덕한 언행을 금지하는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헌법 46조와 국회법 25조를 준수하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우리는 전쟁과 테러, 경제 불황, 무역 전쟁, 신냉전 등 세계 질서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고 북한의 안보 위협까지 대비해야 하는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큰 지혜가 요망된다. 국민을 대신해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정치인들을 뽑아 놓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4월 10일 새로운 국회의원들을 선출한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겠지만 4·10 총선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매우 중요한 선거다. 이번에야말로 국회의 관행적 제도와 특권적 운영을 개혁해 헌법 46조와 국회법 25조를 지키고, 정당들이 증오와 혐오를 넘어 국가 이익을 위한 화합과 공조의 길로 가도록 국민이 분명하고도 단호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올바른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재삼 언급하거니와 핵심은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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