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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와 4·10 총선
한국 축구와 4·10 총선
  • 류동길
  • 승인 2024.02.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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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는 방향을 잃고 있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0대2로 패배한 것은 충격이었다. 스포츠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한 수 아래로 알려진 요르단에 졌다는 것도 그렇지만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진짜 충격이고 참사였다. 이로써 아시안컵을 64년 만에 다시 찾아오려던 꿈은 무산됐다.

뒤늦게 알려진 것은 국가대표팀이 원팀이 아닌 ‘따로 노는 팀’이었다는 사실이다. 예선전의 졸전도 원팀이 아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중요한 결전 바로 전날 대표선수들 간에 멱살잡이와 주먹질 같은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니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눈빛과 몸짓, 감(感)으로 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결정적 기회를 잡고 골을 넣는다. 골은 모든 선수의 합작품이다. 그런 합작품은 원팀 아닌 ‘따로 노는 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독일 대표팀 스트라이커였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은 계약기간을 2년 반이나 남기고 부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전술 부재와 선수들 기강 해이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은 건 당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의지도 보여 주지 않았다. 더욱이 경기 결과를 두고 선수 탓을 했다. 어이없는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 출신인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일부 대표선수가 TV 예능 프로에 나오는 걸 보고 “너희는 운동장에서 스타일 뿐”이라며 대표선수로 뛰는 한 그런 프로에 나가는 건 용인하지 않겠다고 호통쳤다.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라는 엄명이었다. 그는 당시 이름이 덜 알려졌던 박지성 같은 보석들을 발굴했다. 대표팀 감독만 바꾼다고 한국 축구의 수준이 하루아침에 높아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새로운 선수들을 계속 발굴해 단련시켜야 한다. 축구협회 지도부도 책임져야 하고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축구 이야기만 할 때가 아니다. 4·10 총선이 다가온다. 국회 개혁이 급하다. 여야는 총선에 나설 후보들 공천 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곳곳에서 잡음도 터져 나오고 불복과 갈등도 표출되고 있지만 ‘개는 짖어도 총선 열차는 간다.’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2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은 자와 구속된 자도 정당을 만들고, 각종 비리와 범죄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받고 있는 자도 출마한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방탄’을 치겠다는 뻔뻔한 속셈이다.

국회가 범법자 도망가는 곳이 된다면 그런 국회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설령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죄가 확정되면 그들의 지역구는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에 따른 부담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당을 만드는 것도, 출마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고 권리이며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는 법 이전의 문제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축구에서는 선수가 심한 반칙을 저지르면 곧바로 퇴장이고 경고를 두 번 받아도 퇴장이다. 대회나 리그를 치르는 동안 경고가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뛰지 못하는 벌칙도 있다. 정치인은 그러나 비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어도, 구속돼도, 1심에 이어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아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축구 선수와 국회의원 중 누가 더 법규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이번 총선이 특이한 점은 또 있다. 당선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수의 당선’을 막으려고 출마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이들이 ‘원수’라고 부르는 국회의원의 막말과 거짓말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럴까?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지만 감독만 바꾼다고 한국 축구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새로 뽑는다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살피는 입법부로 거듭난다는 보장은 없다. 국회의원 잘못 뽑아 ‘그 밥에 그 나물’이 되면 또다시 손가락 자른다고 후회한들 때는 늦다. 그래서 총선 후가 오히려 걱정된다고 하는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 잘 뽑아야 하듯이 국회의원도 잘 뽑아야 하고, 국민이 계속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국회의원 뽑아 미래를 열어 가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물 건너간다.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제대로 된 국회의원 뽑아 볼 때가 됐다. 축구에 관심 쏟고 열광하는 마음을 국회의원 뽑는 일에도 한번 펼쳐 보자.

#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 동 길 (yoodk99@hanmail.net)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고문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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