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출범 6년째를 맞이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가상자산시장 위축, 실물경기 둔화 등으로 그동안의 높은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됐다. 반면 일본은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3월 말~2022년 3월 말 사이, 비대면 금융거래 및 예수급이 급증하면서 자산규모가 43%나 증가했다.
29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17년 앞선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현황과 사례를 분석,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빅테크 거대플랫폼 경쟁 등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했다.
일본은 2000년 Japan Net Bank(현 PayPay은행)를 비롯해 현재 10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하고 있다.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총자산은 42.2조 엔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규모로 라쿠텐은행(11조 5,895억 엔), SBI주신네트은행(8.7조 엔)이 각각 인터넷전문은행 총자산의 27.4%와 20.6%를 점유, 상위 2개 은행이 전체 자산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당기순이익의 경우 2023년 기준 라쿠텐은행 277억 엔, SBI주신네트은행 199억 엔으로 전체 당기순이익인 995억 엔의 27.8%, 2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2022년 4월~2023년 3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세븐은행과 이온은행,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 은행은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자이익 비중은 소니은행이 68%로 가장 높았으며 지분은행(58%), 이온은행과 라쿠텐은행(각각 55%), SBI주신네트은행(48%) 등의 순이며, ATM과 같은 결제서비스 기반인 세븐은행, 로손은행 등은 3% 이하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자산규모 자체가 ROA(총 자산순이익률)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븐은행과 로손은행의 유동성비율이 80%대로 여타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들은 모두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ATM수수료 수익 위주의 영업에 기반해 대부분의 자산을 현금성 자산 위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가중자산이 많지 않아 자기 자본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편,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국내은행의 총자산은 1,444조 엔이며, 이 중 3대 은행(미즈호은행, MUFG은행,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은 911조 엔으로 약 63%를 차지, 인터넷전문은행 10개의 총 자산 합계인 42조 엔의 21배에 달한다.
총 자산 대비 대출비중은 2023년 3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이 48.7%로 일본 국내은행(44.9%)과 3대 은행(33.1%) 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이자이익 비중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43.9%로, 일본 국내은행 60.2%, 3대 은행 49.3%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내은행의 총자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 1.05%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2.94%까지 상승하여 약 3배가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전체 총자산이 2012년 대비 2023년 4.4배 상승한 반면, 3대 은행과 국내은행은 각각 1.7배와 1.6배에 머물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23년 인터넷전문은행의 당기순이익 합계가 2012년 대비 3.3배 증가한 반면 국내은행과 3대 은행은 각각 1.2배, 1.3배 정도에 그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본에 비해 성장성은 높으나 수익성은 낮은 상태에 있어 수익성 개선이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ROA추이에서 나타나듯 소니은행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ROA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합산 이용자 수는 2021년 말 기준 2,640만 명에서 2023년 말 4,127만 명(중복 집계)까지 성장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의 시장분석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내부뿐 아니라, 기존 전통적인 은행들도 디지털 금융상품과 판매채널을 통한 영업을 확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고유의 영역이 점차 좁아지는 등 은행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등 멀지 않은 시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진입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쟁격화나 비즈니스 모델 한계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경우, 일본의 경우처럼 지분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줄어들면서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소유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공식적으로 준비 중인 곳은 소소뱅크·KCD뱅크·U-Bank(유뱅크) 등 3개 컨소시엄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국내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슈퍼앱이나 오픈뱅킹 등을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5G 등 고속인터넷 기반의 인프라환경 구축 및 슈퍼앱을 구동할 수 있는 IT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금융결제원, 신용정보원 등 공공금융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의무비율 준수를 위해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가 어려워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상환능력평가의 질적 수준을 제고, 본래의 취지인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비중을 확대해 혁신적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려면 상응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해보인다.
참고로, 2023년 6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5% 수준이나,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연체율으로 각각 0.52%, 0.86%, 1.56%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