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깃털'
'거위의 깃털'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08.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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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고통 커진 세법개정안…사실상 '증세'

 
지난 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상인 장바티스트 콜베르의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세수(稅收)정책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려 한 발언이다.

 정부가 근로자들의 연말정산 항목 중 상당수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한 결과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꼴이 돼 버렸다. 이는 근로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말았다. 그래서 정부는 세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선을 총급여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리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던 기억이 난다.
 
정부는 올해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는 이를 의식한 듯 근로자나 중산층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 관련 항목에 대해서는 지난해만큼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세법개정안 일부 항목을 보면 기존에 받았던 세금 혜택이 줄어들고, 소액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은 지난 해에 비해 대기업·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액도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지난 해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이들의 세 부담이 29700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대기업·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액은 9680억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중산층 세 부담 반발을 교훈삼아 올 세제개편안을 '부자 증세'로 포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서민·중산층보다 고소득층이 혜택을 더 받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세금우대종합저축을 없애기로 해 직장인이 주로 분포한 2059세의 예·적금 약 25조원에 대한 세금우대 혜택이 사라진다. 이들 연령층에는 사실상 증세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20세가 넘으면 누구나 1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세금우대가 사라지면 약 6%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만약 연 3% 금리를 적용하면 세금우대 폐지로 더 내야 하는 세금은 1인당 18000(1000만원×3%×6%)이어서 개인에겐 그리 크지 않은 액수로 인식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세금우대종합저축마저 없어지면 근로자들이 재산을 모을 수 있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은 거의 없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거의 유일한 세금감면 상품이지만, 7년간 돈을 묶어둬야 한다. 적금식이다 보니 사실상 이자도 많지 않다.
 
반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발표된 세금 감면 혜택은 실상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30%에서 40%로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사용액 중 지난해 사용액보다 많은 금액에 대해서만 40%의 공제율이 적용돼 2016년 연말정산시 실질적인 혜택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5월 밝힌 공약가계부의 재원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데 있다.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 등을 위해 2017년까지 1348000억원의 투입하기로 하고 이 중 507000억원을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입 확충으로 조달키로 했다. 공약가계부대로라면 정부는 20142015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통해 270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올해는 이 중 4000억원을 채워 넣는 데 그쳤다. 여기에 정부가 추정하는 올해 세수 부족액은 85000억원이나 된다. 사실상 공약가계부가 공약(空約)’이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중산층 기준도 오락가락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 기준을 연간 총 급여 3450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550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올해는 이를 감안한 듯 중산층 기준을 슬그머니 5700만원으로 높였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깃털을 살짝 뽑으려고 한 결과일까. 근로자나 중산층들의 체감 정도는 약하지만 세 부담은 결국 느는 셈이다. 반면 정부가 세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일부 항목은 감면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이래 저래 중산층 부담이 커졌다. 사실상 증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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