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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백혈병'
'반도체 백혈병'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08.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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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삼성의 해법

땜질 처방인가, 여론 무마용인가?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산업재해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삼성이 이를 공식인정하는 전향적 태도변화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백혈병 직업병인정 등의 문제에서 한층 진전된 조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삼성가의 ‘승계구도’ 문제가 미묘한 시점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같은 법적판단이 나오자 삼성측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반올림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와 정부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직원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세간의 시선은 삼성측으로 쏠린다. 당초 지난 5월 삼성측의 공식사과와 보조소송 참가 철회로 백혈병 문제가 일산천리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6차에 걸친 교섭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보상문제 범위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분명하다. 반올림측은 피해자 전원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삼성은 협상참여자 우선 보상을 말하고 있다. 삼성측의 직업병 인정여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삼성측이 책임소재를 낳게 되는 산재의 공식인정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아직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남아있고, 소송 당자자중 일부에 대해 법원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탓이다. 결국, 삼성 수뇌부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언제 결론이 날 지는 알기가 어렵다.

문제는 삼성측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례적으로 7년여 만에 공식사과에 나섰던 지난 5월과 삼성의 오늘은 많이 다르다. 당시 삼성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혀 백혈병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같은 달 10일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지 나흘째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이 회장의 부재로 향후 3세승계의 중심에 서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이 획인됐다. 특히, 삼성측이 백혈병 문제에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해결사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경영능력 검증, 편법승계 의혹 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승인’측면에서 백혈병 문제를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풀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00여일이 지난 현재도 뚜렷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그 기대감이 꺼져간다. 급물살을 탔던  3세승계 문제 역시 공식화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연관짓는 시각을 내놓기도 한다.  이 회장의 건강이 다소 호전기미를 보이면서 이 부회장 측이 현안해결을 놓고 속도조절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중요한 것은 당초 해결이 기대됐던 사회적 이슈들이 다시 장기화한다는 점이다.  바로 백혈병 문제다. 재계에서는 삼성가 오너일가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백혈병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의 완쾌 또는 3세승계 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이 백혈병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보여준 개혁조치들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만일 일시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땜질처방'이거나 승계작업을 원활히 진행하려는 단순한 '여론무마용' 이라면 21세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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