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한국엔 세월호, 프랑스엔 노트르담. 16일 새벽(프랑스 시간 15일 저녁)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났다. 모두 탔다. 프랑스, 나아가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노트르담이 잿더미로 변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것. 프랑스인에게 노트르담은 상상 이상이다.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것이 불에 탔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우리의 남대문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재는 초저녁인 오후 6시50분쯤 시작됐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에 첨탑 부분이 무너져 내리고 지붕도 전소됐다. 파리 시민과 관광객은 유서 깊은 대성당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성당을 집어삼키는 커다란 화염과 파리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잿빛 연기구름을 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로마 가톨릭 성당이며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다. 기독교 숭배의 장이자 국가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에펠탑과 함께 가장 유명한 명승지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1831년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이 된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보다 앞서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 황제 대관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주교 모리스 드 쉴리의 감독 하에 1163년 건축 작업이 시작돼 1345년 완공됐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전세계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매년 약 1300만명이 이곳을 보러 온다. 그것을 잃었으니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5년전 오늘 세월호 침몰 당시 우리도 그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화재가 나자마자 성당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 트위터를 통해 "오늘밤 우리 모두의 일부가 타버리는 것을 보게 돼 슬프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과 모든 프랑스 국민과의 연대도 표명했다. 그는 이날 저녁 예정됐던 주요 TV 정책 연설을 취소했다. 안네 이달고 파리 시장도 "끔찍한 화재"라며 "파리 소방대가 불길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 정상들도 놀라움과 함께 위로를 건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대형 불길을 지켜보는 것은 끔찍하다"면서 "화재진압용 수폭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불길이 치솟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해 "유럽 문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불은 정말 무섭다. 순식간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성당에서는 850년 된 고딕 양식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한 강도 높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불꽃이 튀어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 공사를 위해 첨탑 주변에 촘촘히 설치된 비계 때문에 불길은 더욱 커졌다. 프랑스 당국도 방화는 아닌 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인은 위대하다. 아픔을 딛고 재건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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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