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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포들의 낮과 밤...폴 아저씨 딸의 야외 '작은 결혼식'
호주 교포들의 낮과 밤...폴 아저씨 딸의 야외 '작은 결혼식'
  • 정종석
  • 승인 2024.01.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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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하버 국립공원에 하객으로 온 참석자는 90명 뿐...오페라하우스 보이는 야외결혼식을 호주문화와 방식대로 진행

호주인들이 대부분 이민자의 후손이고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거주...서로 문화적 이질감 크게 없는 듯
호주 시드니의 명물인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의 결혼식장.

일요일 아침 동서양의 양가가 만나는 작은 축제같은 야외결혼식, 경건하고 우아한 분위기

[정종석 칼럼] 세계 3대 미항(美港)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호주의 수도 시드니. 이 시드니에서 명물인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시드니 하버 국립공원(Sydney Harbour National Park). 마치 원시림이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된 듯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마침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20여년 전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온 폴 박(65) 아저씨의 작은 딸(30)의 결혼식이다. 신랑은 영국계 혈통(31).

동서양의 양가가 만나는 작은 축제같은 야외결혼식, 경건하고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바로 이 장소에서 열렸다.

신랑,신부의 인종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른바 국제결혼이다. 다만 호주인들이 대부분 이민자의 후손이고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가 문화적 이질감은 크게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신랑, 신부 두 사람은 모두 호주시민권자로 성년이다. 당사자들은 모두 호주에서 성장한 후 직장을 갖고 있기에 인종이 달라서 어른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큰 걱정거리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작은 결혼식인 만큼 하객으로 온 참석자는 정확하게 90명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 서양사람들이고 한국인은 친지자격으로 참석한 일행과 현지 가족들을 포함해서 10여명에 불과했다.

서양식 야외결혼식이 주로 호주문화와 그들의 방식대로 진행됐고, 한국식 실내 결혼식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기한 듯 “이런 결혼식도 있구나” 하는 이색적인 눈길과 마음으로 줄곧 지켜봤다.

공원 회관에서 50여m 내려다보이는 언덕 끝자락에 나무대문으로 만든 간이 결혼식장이 있고, 그 앞에 보이는 강 건너에 오페라하우스가 자리잡은 풍광이 장관이다.

폴 아저씨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호주여성들은 화려한 드레스나 정장패션을 선보여 눈길

강이름을 몰라서 살짝 물어봤더니 별도의 이름은 없고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로 불린다고 한다. 항구 이름은 포트잭슨(Port Jackson)인데 시드니 하버와 혼용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원내 야외 결혼식은 경건하고 자유로운 의식이었다. 천주교 의식처럼 엄숙하고 장엄한 것은 아니었다. 여름철이라서 약간 더운 날씨였으나 자유와 낭만과 대화로 이어진 시종일관 축제나 다름없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결혼식 앞뒤로 미국식 팝송과 호주의 대중음악이 흘러나왔다. 한국처럼 주례도 없었고 세련된 외모와 화법의 여성 사회자가 나와서 유창한 영어로 전체 진행 겸 덕담을 건네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신랑신부가 서로 저마다 결혼서약서를 영어로 읽으며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순서가 들어가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퇴장하며 풀밭을 걸어갈 때도 과거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딴, 딴따딴~'으로 시작하는 결혼행진곡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신 첫출발을 하는 신랑신부를 즐겁게 배웅이라도 하는 듯 우리가 아는 미국팝송이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이날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참석자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들은 대체로 깔끔한 슈트 차림이었다. 반면 호주여성들은 화려한 드레스나 정장패션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신부보다 더 예뻐보이면 안된다는 속설이 있으나 호주여성들은 이런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듯 원색의 컬러풀한 옷을 화려하게 입고 당당히 결혼식에 참석해 미소를 연발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국립공원 내 식당에서 오찬행사가 이어졌다. 양고기를 주메뉴로 한 점심식사에 호주산 고급 레드와인이 곁들여진 화려한 메뉴였다. 또 맛있는 디저트와 호주가 자랑하는 롱블랙커피까지 나와서 입을 즐겁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식탁자리마다 모두 하객의 이름을 적힌 네임카드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알고보니 신부가 일일이 손글씨로 카드를 썼다고 한다. 신부의 정성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식탁에는 또 답례품이 놓여있었다. 미니 쇼핑백 안에 담긴 하객용 선물은 토스트용 잼이었다. 아마도 잼처럼 인생을 달콤하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식사가 끝난 뒤 오찬장은 대낮인데도 마치 클럽같은 자유분방한 미니무도회가 이어졌다. 결혼식 참석자들은 오찬장 내 식탁과 분리된 별도의 스테이지로 몰려나왔다. 그리고 2인조 밴드의 음악선율이 맞춰서 한두시간 동안 가볍게 춤을 추고 한껏 즐기는 분위기가 한국의 결혼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사회자의 덕담을 듣고 있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사회자의 덕담을 듣고 있다. 

결혼식 혼주 폴 아저씨는 매우 즐거운 표정...두 딸 모두 호주의 명문대학 시드니대 졸업

한국에서는 결혼식 참석후 식사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와 귀가하거나 자기 일을 보러가지만 호주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하면 식사후 대체로 얼마동안 댄스파티를 벌인다고 한다. 신랑신부를 축하하기도 하지만 하객들도 본인들과 친구들이 어울려 춤을 추면서 결혼식을 즐기는 것이다.

서양식 결혼식은 꼭 신랑과 신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축제였다. 따라서 결혼식 하객들이 우리나라처럼 밥만 먹고 오는 것이 아니라 식사 후에도 남아서 춤도 추고 못다한 얘기도 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더불어 사는 이런 것들이 바로 서양식 결혼식문화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니까 필자가 10년 전에도 친지결혼식에 참석하러 시드니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 장소가 아닌 시내의 한 대형공원내 회관에서 저녁에 결혼식이 열렸다. 식이 끝나고 일반하객들이 만찬 후 한동안 스테이지에 나가서 댄스파티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신랑신부 친구들은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이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밤새워 춤을 추며 즐기고 새벽에야 헤어졌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서양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생활에 여유가 있고 그만큼 삶의 질이 다른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결혼식 혼주인 폴 박 아저씨는 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 슬하에 딸만 둘을 둔 그로서는 이역만리 호주로 이민을 와서 고생 끝에 두딸이 모두 결혼을 했으니 얼마나 감회가 새로웠을까.

몇해 전에 첫째딸(34)도 결혼을 해서 이탈리아계 사위를 둔 데 이어, 이날 작은 딸까지 결혼을 했으니 마음이 많이 후련했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로는 아마도 사랑하는 딸을 "‘서양사위0’한테 뺐겼다"는 말이 아버지로서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폴 아저씨는 호주로 이민을 와서 이것 저것을 다 해보며 생활을 해왔고, 시민권까지 획득을 했다. 법적으로 완벽한 호주인이 된 것이다. 이제 형편도 많이 좋아져서 중산층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 더 자랑스러은 것은 딸 둘이 모두 호주의 명문 시드니대학을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 여성이 호주에 와서 공부를 해서 시드니에서 의사(GA)가 됐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

작은 딸은 의대를 졸업한 뒤 현재 GA(지역 보건의, general practitioner: 병원이 아닌 지역 담당 의료 기관에서 일반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로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 여성이 호주에 와서 공부를  마치고 시드니에서 의사가 됐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근무를 하다가 신부를 맘에 둔 신랑의 구애를 받고 결혼을 하게됐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폴 아저씨는 호주로 이민을 와서 성공적인 ‘자식농사’를 한 한국아버지이다. 아마도 처음 호주에 와서는 영어도 안되고 말이 안 통해서 한국인 부인과 함께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거기에다 두딸도 모두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어린 나이에 호주로 이민을 하는 바람에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고생 끝에 낙이 왔다. 폴 아저씨와 부인은 두딸을 성공적으로 키워서 명문 시드니대에 두딸을 나란히 입학, 졸업시켜 호주사회에 내보냈으니 이 얼마나 당당하고 대견한 일인가.

폴 아저씨는 그래서인지 이날 결혼식 댄스파티에서 양복재킷을 벗은 채 결혼한 작은딸의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한국식으로 즐겁게 춤을 추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 한주일동안 호주에 머물면서 바깥에서 한국뉴스를 들으니 우리가 혹시 ‘우물안의 개구리’ 같은 삶을 살고있지는 않은가 하는 상념에 잠겼다. 여야간에 끝없이 무한대결과 소모적 정쟁을 반복하는 비생산적인 정치뉴스와 수많은 사회적 갈등, 또 이어지는 각종 시위사태 등등...

호주교포들도 필자의 생각보다 훨씬 더 한국소식에 관심이 많았다. 이제 TV보다는 주로 SNS와 인터넷검색으로 서울의 뉴스를 자주 접하고, 카톡으로 한국의 가족-지인들과 실시간 의사소통을 한다. 그들은 한반도 안보문제에도 민감하다. 몸은 멀리 떨어져있어도 한국인의 핏줄과 정서는 그대로인가보다.    <호주 시드니에서>

사족(蛇足)

한편 호주는 사과 등 주요 과일도 껍찔째 먹는 청정국가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육류맛도 세계최고이다.

다만 일부 한식당 안에서 갈비나 불고기 메뉴 이용시간을 '예약후 90분'으로 제한한 것은 유감이었다. (왼쪽 사진 참고/아마도 한국인이 삼겹살에 소주마시며 체류하는 식사시간이 대체로 길어서 식당주인이 이런 제한을 한 것이리라).

여기 시드니는 한여름이지만 한국의 삼복더위처럼 푹푹찌는 그런 날씨가 아니다. 습도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눈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여름-겨울간 기온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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