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모자의 죽음’, ‘사회 안전망’ 더욱 촘촘히 구축돼야
'창신동 모자의 죽음’, ‘사회 안전망’ 더욱 촘촘히 구축돼야
  • 조석남
  • 승인 2022.05.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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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 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34) 서울 창신동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병과 가난에 시달리던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나 발견...이들 모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이 비극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으로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우리의 눈과 귀를 그들을 위해 계속 열어놓아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목조주택. 
조석남 교수

[조석남 칼럼]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병과 가난에 시달리던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나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들 모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두 차례나 생계급여 신청을 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낡은 주택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탈락한 것이다.

모자의 소득은 사실상 어머니 앞으로 나온 기초연금 50만원 가량이 전부. 가스가 끊긴지는 3년이 넘었고, 곧 전기마저 끊길 상황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들은 용기를 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자는 정부가 세워놓은 ‘가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송파 세 모녀법’이 만들어져 지원 기준이 완화됐지만 창신동 모자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주지는 못했다.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자랑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도 구멍을 드러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지방자치단체마다 ‘찾아가는 복지’를 다짐했지만 복지망은 여전히 허점 투성이다. 그사이 2019년 탈북자 모자 아사 사건, 2020년 방배동 모자 사건에 이어 올해 성북구 네 모녀, 대전시 삼부자 사건 등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소설가 황석영은 작품 『아우를 위하여』에서 ‘겨울에 거지 한 사람이 얼어 죽는 것도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치인들은 극빈층의 복지보다는 정권의 유지나 쟁취에 혈안이었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은 정치인들과 공생하며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했고, 종교인들은 사랑과 자비를 베풀기보다는 교세 확장에 열심이었고, 일반 시민은 각자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처절한 모습을 외면했다. 눈앞의 이익에 다른 사람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무정한 이웃’들이다.

이름 모를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죽음이요, 우리 가족의 비극

‘살아 남은 자의 아픔’이라고 했던가. 그들의 죽음을 보며 같이 아파하지 못한 ‘무정한 이웃’의 한숨만 깊어진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언제는 제도가 없어서 살지 못했나” 하는 비난도 거세다.

제도가 미비하다면 고치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죽음에 대해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에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무관심에 대해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슬피 우는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지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한다. 내가 죽어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한테 꾸지람들을 잘못이 그 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수환 추기경 이야기 그 후』 중에서) 고통 받는 이, 아픈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이 말씀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국가는 곧 국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이어지는 국가의 장례식에 ‘상주’인 셈이다. 이름 모를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죽음이요, 우리 가족의 비극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으로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이 더욱 촘촘히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웃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물질적인 큰 도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떠난 가족의 고통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 이웃과 아픔을 함께할 수는 있다. 우리의 눈과 귀를 그들을 위해 계속 열어놓아야 한다. 마음이 열리면 세상이 열리고 살 방법이 생긴다. 그러나 고통에 눈 감으면, 그들은 감은 눈을 다시 뜰 수 없다.

주변을 자주 둘러본다면, 우리 이웃을 한번 더 살펴본다면, 꽃 향기가 코 끝을 스치는 이 찬란한 봄날에 ‘죽음의 향’ 냄새를 맡아야 하는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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