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1 08:50 (목)
농협은 중앙회장이 아닌 농민조합원의 것
농협은 중앙회장이 아닌 농민조합원의 것
  • 정기석
  • 승인 2026.03.12 14:45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회는 인적 분할로 비사업 연합조직으로, 경제지주는 경제사업연합회로

농민의 협동조합 ‘농협’의 본질적 개혁은 협동조합 7대 원칙을 지키는 것부터

[정기석 칼럼] 적어도 농민들에게는 검찰 개혁만큼이나 절박한 개혁과제가 있다. 농협 개혁이다. 이같은 농심을 잘 읽은 이재명 대통령도 일찍이 농협을 향해 ‘고강도 개혁’ 주문해놓았을 정도다. 지난해 말, 이 대통령은 “농협 선거 과정에서 여전히 발생하는 불법과 매수, 그리고 무엇보다 조합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 농촌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진짜 문제”라고 적확히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농협의 지배 및 운영 구조 자체가 부패의 온상임을 지적한 것으로. 특히 조합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합장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 마련을 강력히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농협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감사 결과 농협 핵심간부들의 위법행위와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표했다.

농협은 위법과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자 육묘장’

일단 농협의 수장인 농협중앙회장부터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강 회장 역시 농협중앙회 내부에서 누구로부터도 권력을 견제받지 않는 독단적인 조직 운영을 일삼아 온 게 또 드러났다.

우선 농협재단 사업비를 유용.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 조달 및 골프대회 협찬 비용으로 지출했다. 심지어 일부 간부는 최근 농협중앙회가 핵심 사업으로 밀었던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의 사업비를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를 구매하고 자녀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했다. 강 회장의 비리 사례는 다종다양하다. 지난해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 이사회가 농협경제지주 스마트농업로컬팀의 중앙회 이관을 의결했음에도 강 회장이 이행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포상금 75억원이 객관적 성과 평가 없이 특정 지역농협 및 중앙회 부서에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지급되었다.

농협중앙회에서 특혜 성격이 다분한 대출 및 투자, 계약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온 상황도 다수 사례가 드러났다. 농민을 위해, 협동조합 조합원을 위해 쓰여야 할 농협 예산이 엉망으로 관리되고 마구잡이로 쓰이는 상황도 고질적이다. 농협법에 따르지 않고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지출항목을 미리 정해놓지 않은 ‘유보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의 60%에 달했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 등 회원조합의 각종 문제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측은 “익명 제보를 통해 650여건의 제보를 받았고, 그중 경중과 신빙성, 구체성 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이번에 12개 회원조합을 선정해 감사를 진행했다”며 이후 근본적인 농협개혁방안을 마련,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이번 감사에서 농협 공금 유용, 분식회계 등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농협재단을 통한 ‘강호동 회장 선거 공신 대상 답례품 제공’ 혐의, 농협재단 핵심간부 공금 유용 혐의, 강호동 회장 황금열쇠 10돈 수령 혐의 등이 포함된다.

농협을 ‘협동조합으로 돌려놓는 것‘이 개혁

한편 농식품부는 이같은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농협개혁추진단을 통해 농협의 주요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기구인 「(가칭)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 농협 조직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와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 중앙회장의 지주·자회사에 대한 경영개입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타 업무· 직위에 대한 겸직을 금지하는 등 농협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비리·금권선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그런데 이같은 정부의 농협에 대한 감사결과와 개혁방안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반응은 이외로 담담하고 단호하다.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닌 해묵은 농협의 문제와 과제들이라 새삼스러운 것이다. 농민의 길 등 농민단체들은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비리의 중심에는 현 농협중앙회장이 있으므로 이번 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즉각 사퇴하라”면서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농민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농협 민주화 개혁에 즉각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농민단체들의 주장은 단순명쾌하다. 농민의 피 같은 자산으로 운영되는 농협이 농협중앙회장의 사유물처럼 운영되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 개혁은 몇가지 제도개선이라는 대증요법으로는 안 된다. 거대 사업조직으로 회원조합 위에 군림하는 중앙회의 지배구조,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운영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령, 농협중앙회는 인적 분할을 통해 조합을 지원하는 비사업 연합조직으로 전환하고, 경제지주는 경제사업연합회로 개편해야 농민의 협동조합이라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농민의 협동조합, 농협의 개혁은 어렵지 않다. 1995년 영국 맨체스터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창립 100주년 총회에서 정한 협동조합 7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이게 그렇게 어려운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