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1 08:45 (목)
[일본 인문기행] 화려한 조명으로 포장된 도쿄 야경의 '이창(裏窓)'
[일본 인문기행] 화려한 조명으로 포장된 도쿄 야경의 '이창(裏窓)'
  • 민경중
  • 승인 2026.05.31 07: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을 걷다 마주한 야스쿠니 신사의 거대한 강철 도리이(鳥居)는 밤하늘 아래 육중한 위용을 자랑
인간의 오만함으로 신의 뜻에 도전하고, 스스로 신이 되려 했던 제국주의 광기가 휩쓸고 간 자리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한국어 공부와 한국 여행을 통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
하네다 공항으로 이어지는 핵심 간선도로를 지하로 관통...그 상공에 초고층 타워를 올린 역발상
도쿄에서 시작된 팀랩은 예술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들이 만든 디지털아트 집단

[민경중 칼럼] 1991년 고르바초프 도쿄 방문때 필자가 특파원으로 생방송

# 백팩하나 매고 오늘 아침 김포를 거쳐 하네다 공항으로 오랜만에 도쿄를 찾았습니다. 사흘간 도쿄에 사는 지인들과 차례로 저녁을 가질 계획입니다.

도쿄는 1991년 고르바초프가 제주도에서 한소 정상회담을 오기 전 도쿄에 먼저 들렀는데 특파원이 없어 제가 특파되어 일주일간 생방송을 한 것이 첫 방문이었습니다.

일본어 한마디 못하던 제가 뽑힌 이유가 한자를 많이 알고 라이브에 강하다는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귀국 후 종로의 시사일본어 학원을 6개월 다닌 덕분에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때는 한 달간 비교적 수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여러차례 도쿄에 왔지만 혼자서 오는 것은 처음이어서 시내 곳곳을 걸어봅니다. 일본 정부 기관과 국회가 있는 관청가를 지나며 사진 한 장 남겨 봅니다.

일본 외무성, 교과서 왜곡부서 문부과학성, 재무성, 총무성, 경시청, 경제산업성, 중앙합동청사, 중앙재판소에 이어 일본 중의원,참의원 및 관사까지 돌다보니 뉴오타니호텔 숙소에 도착합니다.

재판소앞에서 일단의 시위대가 있어 기자 본능으로 취재해보니 과거 건설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쳤다며 석면 피해 해결 및 구제를 요구하는 일본의 노동·시민단체 시위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석면에 노출이 되었고 지금도 오래된 초중고에서는 방학때 석면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고치는 작업이 계속되는데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도 염려됩니다.

마지막 사진 속 한 젊은이가 도심 속 개천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레스토랑에 앉아 외부기고 칼럼을 마무리하고 먹는 일본식 함바그스테이크로 허기를 채웁니다.

도쿄의 중앙관청 안내판

구단자카 언덕 위로 메이지 시대를 주도했던 인물들의 동상과 기념비

# 도쿄 지요다구의 밤은 고요하지만, 그 길목마다 서린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길을 걷다 마주한 야스쿠니 신사의 거대한 강철 도리이(鳥居)는 밤하늘 아래 육중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전쟁의 전몰자들을 합사하며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과 역사적 상처의 중심에 서 있는 이 공간의 거대함 앞에서, 화려했던 제국주의의 기억을 여전히 붙들고 싶어 하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져 마음이 찹찹해집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구단자카 언덕 위로 메이지 시대를 주도했던 인물들의 동상과 기념비가 줄을 잇습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만주군 총사령관 오야마 이와오(大山巌)의 거대한 기마상,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선 정치가 시나가와 야지로(品川弥二郎)의 동상.

일본에게는 근대화를 이끈 주역이자 찬란한 공훈의 기록이겠지만,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는 식민지 침탈과 전쟁의 참화를 몰고 온 군국주의의 서막일 뿐입니다.

태평양 전쟁 말기, 무기 만들 쇳공물이 부족해 전국의 동상들을 다 녹여가면서도 이 기마상만큼은 온전히 보존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제국의 자존심'이 얼마나 지독한 것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야스쿠니 신사

140년 역사의 개신교회인 '후지미초 교회'

흥미롭게도 이 군국주의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거리에서 불과 수백m 거리에는 140년 역사의 개신교회인 '후지미초 교회'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교회 유리문에 정갈한 붓글씨로 적힌 다가올 주일의 설교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神と闘う民 (하나님과 겨루는 백성)’

인간의 오만함으로 신의 뜻에 도전하고, 스스로 신이 되려 했던 제국주의의 광기. 그리고 그 광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비극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도심 속의 교회.

어쩌면 이 메시지는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성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역사 앞에서 오만하게 겨루려 하는 일본의 현주소를 향한 뼈아픈 경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화려한 조명으로 포장된 도쿄의 야경 뒤편에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그리고 그들이 반드시 직시해야 할 날 선 역사의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밤입니다.

140년 역사의 개신교회인 '후지미초 교회'

삼성전자 직원 6억원 성과급은 일본 회사원 사이에서도 큰 화제

# 도쿄 첫 날 일본스러운 노포에서 저녁을 했다. 현재 한겨레신문 홍석재 도쿄 특파원, 고교,대학 선배인 김인규 일본 학습원 객원연구학자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직원들에게 6억원의 성과급을 줬다는 사실이 일본 회사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라고 합니다. 그 속에는 부러움과 시기심, 상대적 박탈감 등 복합적 감정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일본 대졸사원들의 초봉이 3천만원 조금 상회하는 입장에서 거의 집 한 채값인 6억원을 성과급으로 준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 들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한국어 공부와 한국 여행을 통해 거부감없이 받아들입니다.

반면 과거 잘 나갔던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못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저출산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최근 5년간 총인구가 300만여명 줄어든 1억2304만9524명이라고 합니다. 2010년에 비하면 5백만명이 줄었습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맘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완전 고용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을 마다하는 젊은이들 때문에 외국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많이 허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쿄 중심부에서 저녁 비슷한 감색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미리 보는 듯 합니다.

35년이 걸린 일본 최고 높이(330m)를 자랑하는 아자부다이 힐즈

비즈니스 허브(도라노몬)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공간(아자부다이)

# 도쿄의 중심부를 걷다 보면, 단순히 '높고 화려한 빌딩'을 넘어 공간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본 건축의 집요한 해답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거의 역사적 거점(신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주변을 비즈니스 허브(도라노몬)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공간(아자부다이)으로 확장해 나가는 일본의 도시 재생 능력입니다.

이 이색적인 공존의 중심에는 일본의 '입체도로제도'가 있습니다. 하네다 공항으로 이어지는 핵심 간선도로를 지하로 관통시키고 그 상공에 초고층 타워를 올린 역발상입니다.

소음과 진동을 기술로 완벽히 제어하며 도시의 동맥과 비즈니스 허브를 하나로 묶어낸 정교한 엔지니어링의 정수입니다.

35년이 걸린 일본 최고 높이(330m)를 자랑하는 아자부다이 힐즈가 펼쳐집니다.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구불구불한 격자형 저층부는 딱딱한 직선을 탈피해 자연스러운 도심의 능선을 재현합니다.

그 비정형 구조물 위로 빈틈없이 들어찬 입체적 녹지 기술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수준을 넘어 거주자와 근로자에게 최고의 '웰니스(Wellness)'를 제공하는 친환경 스마트 시티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이 마천루의 33층 스카이 로비에 오르면 눈앞에 도쿄타워가 압도적인 스케일로 다가옵니다. 지진이 잦은 이 땅에서 이토록 거대한 마천루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초고강도 콘크리트와 첨단 제진(制震) 설계 공학이 집약된 높이이기도 합니다.

건축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쌓아 올리는 작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갈 인간의 삶과 기술, 그리고 자연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도의 경영 전략이자 철학임을 다시 한번 깊이 실감합니다.

공간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현장입니다.

도쿄의 핫플레이스 팀랩(teamLab)플래닛 앞에 선 필자

도쿄의 핫플레이스 팀랩(teamLab)플래닛

# 마지막은 도쿄의 핫플레이스 팀랩(teamLab)플래닛입니다. 입장료가 10만원이 넘고 예약은 필수입니다.

2001년 도쿄에서 시작된 팀랩은 예술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들이 함께 만든 디지털 아트 집단입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울트라 테크놀로지스트(Ultra-technologists)’라고 부릅니다.

팀랩의 작품은 단순히 감상하는 예술이 아닙니다.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 작품은 다시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합니다. 꽃이 피고 지고, 물이 흐르고, 빛이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변화합니다. 예술과 과학, 기술과 자연이 하나의 경험으로 융합되는 순간입니다.

teamLab Planets TOKYO는 맨발로 물속을 걷고 거울 공간을 통과하며 오감을 통해 작품을 체험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미래디자인 관점에서 팀랩은 단순한 미디어아트 기업이 아닙니다. ‘공간 경험 산업(Space Experience Industry)’의 선구자입니다.

과거에는 제품이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경험이 경쟁력이고, 미래에는 AI + 공간 + 감성 데이터가 결합된 개인 맞춤형 경험이 새로운 가치가 될 것입니다.

팀랩은 묻습니다.

“공간은 더 이상 머무는 곳인가, 아니면 경험을 창조하는 플랫폼인가?”

<사진=필자 민경중 교수 제공>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민경중/nocutceo@naver.com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부 초빙교수

한국정책학회 전략부회장

㈜코아스 상임고문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

2004년 제24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2018.02~2021.10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2010~2012.12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1996~1998 CBS 베이징특파원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