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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던진 '韓 미래 100년'...HBM 넘어 'AI 인프라 국가'로
젠슨 황이 던진 '韓 미래 100년'...HBM 넘어 'AI 인프라 국가'로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8.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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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 규모나 협력의 외형이 아니라 그가 제시한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우리나라는 공급국을 넘어 AI질서를 이끌 수 있는가...'판을 설계하고 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진화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최근 한국을 향해 "지금은 한국의 AI 황금기"라고 평가했다. SK그룹과의 대규모 협력과 네이버와의 전략적 투자 계획은 국내 산업계의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 규모나 협력의 외형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제시한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젠슨 황은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 가장 거대한 인프라 전환으로 규정했다. 인간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대에서 AI와 로봇이 스스로 연산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컴퓨팅 자원을 소비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곡점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AI의 사용자가 바뀐다… 인간 중심 컴퓨팅의 종말

젠슨 황이 전망하는 미래의 핵심은 컴퓨터의 '사용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수십억 명의 인간을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0억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와 수십억 대의 로봇이 스스로 연산하고 판단하며 컴퓨팅 자원을 소비하는 시대가 열린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다. AI 컴퓨팅 수요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GPU 성능 향상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초고속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냉각 기술까지 AI 인프라 전반이 동시에 진화해야 한다.

젠슨 황이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단순한 공급 계약이 아니라 장기적 전략 동맹으로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개별 부품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와 전력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AI 경쟁력은 반도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국가 전략이다 

젠슨 황은 AI 패권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미·중 기술 갈등 속에서도 중국의 오픈소스 생태계와 인재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AI 시장은 결국 세계가 함께 성장하는 거대한 인프라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개념이 '소버린 AI(Sovereign AI)'다. 각국이 자국의 언어와 문화, 법률, 산업 구조를 반영한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의료·금융·행정 등 국가 핵심 데이터는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글로벌 빅테크의 폐쇄형 AI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기술 주권은 물론 데이터 주권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네이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높은 AI 활용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자국 언어 기반의 소버린 AI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국내 시장을 넘어 동남아와 중동 등 AI 주권 확보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새로운 수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젠슨 황(가운데)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담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AI 질서를 설계할 때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 클라우드 기술, 빠른 디지털 수용성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국가다. 젠슨 황 역시 한국을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만드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한다면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HBM을 생산한다고 해서 AI 시대의 주도권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과 운영체제, AI 모델, 데이터센터, 서비스 생태계를 장악하는 국가가 결국 가장 큰 부가가치를 가져간다.

이제 한국은 '세계 최고의 부품 공급국'을 넘어 'AI 인프라 설계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HBM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역량을 키우며, 국내 AI 기업들의 소버린 AI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제조업 경쟁력을 토대로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분야까지 선점해야 한다.

승자는 AI 생태계를 설계, 표준을 주도하는 나라

젠슨 황이 바라보는 미래는 단순히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아니다. AI가 산업과 경제, 국가 경쟁력의 질서를 다시 쓰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다. 한국이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공급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AI 인프라를 설계하고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다. AI 생태계를 설계하고 표준을 주도하는 나라다.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한다. 그것이 젠슨 황이 한국에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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