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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주미래도시포럼] 온고을 'MICE 인프라' 이렇게 살리자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 온고을 'MICE 인프라' 이렇게 살리자
  • 민경중
  • 승인 2026.09.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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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시장 대신 골목을, 화려한 건물 대신 새벽의 길을 달려라!...2026년 가을, 전주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하며 미래 도시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혀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 포스터

[민경중 칼럼] 가을 정취가 완연한 전주 한옥마을 너머로 17일 오전, 라한호텔 1층 온고을홀은 글로벌 관광도시의 향방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국내외 전문가와 시민들로 붐볐다.

전주시(시장 조지훈)가 주최하고 UCLG ASPAC, EU IURC, 시티넷(CITYNET)이 후원하는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이 ‘글로벌 도시관광, 미래로의 진화(Global Urban Tourism: Evolving into the Future)’를 주제로 10여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포럼 첫날 펼쳐진 MICE·미식·스포츠 3개 세션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들이는 전시관이나 경기장 건립 같은 ‘하드웨어 만능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이미 도시가 가진 골목과 식탁, 새벽의 길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쏟아졌다.

민경중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아 문을 연 세션1(MICE: 도시의 경제지도를 바꾸는 힘)에서는 전주가 준비 중인 MICE 인프라의 나아갈 길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소노트리니티(대명소노)그룹 서준혁 회장
세션1(MICE: 도시의 경제지도를 바꾸는 힘) 발표를 마친후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제레미 심 싱가포르 부학장, 허준 동덕여대교수,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백기준 휴스턴대교수,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좌로부터) <사진=전주시 제공>

기린대로와 한옥마을을 잇는 보행 축과 ‘건축마을’, ‘로컬스쿨’ 같은 풀뿌리 생태계 투자가 선행되어야

제레미 심 싱가포르 테마섹 폴리테크닉 경영대학 부학장은 아시아 금융·비즈니스 허브 싱가포르가 도시 전체를 MICE 플랫폼으로 설계해 온 유기적 연결망을 짚었고, 백기준 휴스턴대 무어석좌교수는 대형 컨벤션 건물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도시의 다채로운 장소를 회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분산형 베뉴(Dispersed Venue)’의 혁신성을 제안했다.

허준 동덕여대 교수는 '3대 비협상 원칙(Three Non-Negotiable Principles)'을 통해 MICE 행사의 단순 양적 유치나 시설 가동률에 매몰되지 않고, 전주와 전북의 지속가능한 가치와 직결되는 MICE만 선별해 운영할 때 지속가능 하다면서 전시컨벤션센터라는 하드웨어는 출발선일 뿐이며, 행사의 유치 결정부터 사후 추적까지 도시의 정체성과 경제 생태계에 부합하지 않는 행사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슬라이드를 통해 교토 중앙전화국을 쿠마 켄고가 리노베이션해 지역 장인들과 협업한 ‘에이스호텔 교토’ 사례를 조명하며, “MICE 견인효과나 마을호텔의 성공은 골목과 동네 단위 로컬 브랜드 생태계 위에서만 작동한다”고 역설했다.

전시장 안에만 갇혀 주변 골목으로 낙수효과를 내지 못하는 시설은 유지비만 축내는 ‘화이트 엘리펀트(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기린대로와 한옥마을을 잇는 보행 축과 ‘건축마을’, ‘로컬스쿨’ 같은 풀뿌리 생태계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경고였다.

▲소노트리니티(대명소노)그룹 서준혁 회장
에밀리아 가토(Emillia Gatto)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17일 열린 전주미래도시 포럼 세션 2에서
이탈리아의 미식 문화와 맛의 고장 전주를 비교해 한국어로 직접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슬로푸드 철학-고유의 지역 농식품 유산 보존 경험으로 전주와의 협력 가능성

오후에 이어진 세션2(미식: 도시의 풍미, 가치를 담은 여정)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문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문화와 미식의 본고장 이탈리아가 지켜온 슬로푸드 철학과 고유의 지역 농식품 유산 보존 경험을 나누며 전주와의 협력 가능성을 전했다. 특히 가토대사는 모든 발표와 질의 응답을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일 칼럼니스트는 지역의 삶과 역사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 식문화의 가치를 생생한 서사로 짚어냈다.

이어 장민영 ㈜아워플래닛 대표는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 카트멜 마을의 ‘렝클룸(L'Enclume)’ 사례를 통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 자체 농장(Our Farm)을 일구고 마을 곳곳에 객실을 분산 운영하며 시골 마을 전체를 세계적 미식 목적지로 탈바꿈시킨 밸류체인 확장을 소개했다.

▲소노트리니티(대명소노)그룹 서준혁 회장
장민영(주)아워플래닛 대표는 전주의 청포묵 식재료를 예로 들며 국내에서 나는 토종식재를 활용하면 세계적인 미식 도시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김지혜 오너세프, 바람·햇빛·토양이 빚어낸 식재료-제로웨이스트 순환형 식탁이 로컬 미식의 독보적인 경쟁력

김지혜 피오또 오너셰프는 “우리는 식재료만이 아니라 그 식재료가 자란 ‘땅’을 요리한다”는 ‘테루아(Terroir)’ 철학을 발표하며, 바람·햇빛·토양이 빚어낸 식재료와 제로웨이스트 순환형 식탁이 어떻게 로컬 미식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되는지 설파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세션3(스포츠: 시대를 잇는 즐거운 도시 유산)은 도시를 소비하는 방식을 스포츠와 일상의 관점에서 완전히 재정의했다.

헌터 퓨잭 호주 디킨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인구 12만 소도시가 19세기 골드러시 헤리티지와 24개 로컬 식당의 ‘카보 파티’를 엮어 호주 4대 마라톤으로 도약시킨 ‘밸러랫 마라톤’ 사례, 그리고 연간 170만 관객을 모으며 외지 방문객 비중이 62%에 달하는 라스베이거스의 프로스포츠 생태계를 소개하며 도시 유산과 결합한 스포츠의 폭발적인 경제효과를 분석했다.

류성옥 고려대 교수와 김민수 한국스포츠과학원 스포츠산업연구실장은 대형 경기장을 짓는 전통적 패러다임을 넘어 도시 인프라와 관광을 연결하는 현대적 스포츠 레거시의 체계적 해법을 짚었다.

안정은 대표는 달리기를 통해 도시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며 수십 개 국가에서 마라톤을 경험한 사례를 생생하게 전했다. (사진=안정은 대표 제공)

안정은 런더풀 대표, “도시는 몸으로 달릴 때, 비로소, 기억이 된다”...도시를 온몸으로 기억하게 하자는 울림 남겨

이어 단상에 오른 안정은 런더풀 대표는 ‘RUN JEONJU’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시설의 공급보다 이용 경험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노약자, 유아차를 동반한 가족 등 ‘가장 느린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보도의 단차를 없애고 조명을 밝혀야 진정한 보행도시이자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띄운 “도시는 몸으로 달릴 때, 비로소, 기억이 된다”는 문장은 한옥 처마와 전주천을 두 발로 달리며 도시를 온몸으로 기억하게 하자는 울림을 남겼다.

18일 오전,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의 둘째 날 무대인 국립무형유산원 국제회의장(어울마루)은 첫날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문을 열었다.

전날 라한호텔에서 MICE, 미식, 스포츠를 통해 '콘크리트가 아닌 골목과 사람의 생태계'를 확인했다면, 이날의 화두는 보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이었다.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밤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세션4 야간관광)',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라는 차가운 기술을 어떻게 인간적인 관광 생태계로 직조할 것인가(세션5 스마트관광)'였다.

18일 오전,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의 둘째 날 무대인 국립무형유산원 국제회의장(어울마루)에서 세션 4(야간관광: 도시 활력의 새로운 브랜드)와 세션 5(스마트 관광, 사람과 기술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진행됐다. (사진=민경중 제공)

단상에 오른 유럽 도시들의 해법은 전주에 구체적인 '나침반'을 제시

세션 4(야간관광: 도시 활력의 새로운 브랜드)의 문을 연 디에고 길(Diego Gil) 도시 발전 협력 컨설턴트는 스크린에 런던의 야간 통계를 띄우며 좌중의 허를 찔렀다.

"밤은 비어 있지 않다. 도시는 밤에도 이미 작동하고 있지만, 정책에서는 종종 보이지 않을 뿐이다(The night is not empty. It is already a functioning part of the city – often invisible in policy)." 밤 시간대 이동의 62%가 여가 목적이며, 160만 명의 노동자가 밤의 도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수치는 도시 정책이 여전히 '낮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음을 아프게 꼬집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유럽 도시들의 해법은 전주에 구체적인 나침반을 건넸다. 이탈리아 제노바시의 바르바라 포조(Barbara Poggio) 담당관은 오래된 항구와 중세 골목의 고유한 정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문화예술을 결합해 야간 도심 공동화를 막아낸 전략을 발표했다.

포르투갈 브라가의 누노 고베이아(Nuno Gouveia) 시립문화공사 대표는 역사유적의 야간 개방과 시민 축제를 엮어내며 '관광객의 유흥'과 '원주민의 삶의 질(수면권)'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한 '적정 야간도시(Responsible Night City)' 거버넌스를 소개해 깊은 공감을 샀다.

각국 참가자들을 위한 전주 미식의 밤 행사가 17일 오후 전주대사습청에서 판소리 공연등과 함께 펼쳐졌다. (사진=민경중 제공)

용선중 전주관광대단 대표, "눈부신 네온사인이나 일회성 조명 쇼 지양...전주다운 고즈넉함과 골목의 온기로" 약속

이에 화답한 용선중 전주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전주의 밤을 새롭게 정의했다. 전주가 가진 한옥마을의 은은한 달빛 야경, 전라감영과 풍남문의 역사적 파사드, 남부시장 야시장과 골목 가맥(가게맥주) 문화를 하나로 묶어 '스쳐 지나가는 당일치기 관광'을 '하룻밤 머무는 체류형 야간관광'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눈부신 네온사인이나 일회성 조명 쇼를 지양하고, 전주다운 고즈넉함과 골목의 온기를 지켜내겠다는 약속은 유럽 연사들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오후 세션 5(스마트 관광, 사람과 기술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에서는 기술을 바라보는 도시의 시선이 한 단계 진화했다.

이충기 경희대 고황명예교수와 가토 쿠미 와카야마대 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프라토시의 파올로 과르니에리(Paolo Guarnieri)는 AI 기반의 방문객 동선 관리 시스템을, 코임브라시의 크리스티아나 엘리제우(Christiana Eliseu)와 세베랑 페라이의 레이첼 테(Rachel Teh) 의원은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스마트 관광 모델을 발표했다.

17일 오전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린 2026 전주미래도시포럼에서 조지훈 전주시장이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정연구원 이승한 연구위원, "스마트 기술은 전주의 탄소중립과 로컬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 시민과 여행자의 일상을 연결하는 도구여야" 

연사들이 공유한 스마트 관광의 본질은 최첨단 기기를 전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관광객의 이동 데이터와 체류 패턴을 정밀하게 읽어내어 특정 명소로 쏠리는 오버투어리즘(과밀화)을 방지하고, 그 발걸음을 지역의 숨은 골목과 로컬 상점으로 분산시키는 '도시의 유기적 조율자'로서의 기술이었다.

전주시정연구원 이승한 연구위원이 강조했듯, 스마트 기술은 결국 전주의 탄소중립과 로컬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시민과 여행자의 일상을 연결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점에 모든 참석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간 라한호텔과 국립무형유산원을 오가며 이어진 대장정의 결론은 자명하다. 전주가 맞이할 미래는 거대한 컨벤션 시설이나 화려한 하드웨어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낮의 미식과 스포츠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고, 밤의 은은한 골목 문화가 그들을 머물게 하며, 보이지 않는 스마트 데이터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단단히 뒷받침할 때 비로소 '글로벌 문화 관문(World Cultural Gateway)' 전주의 진화는 완성된다. 2026년 가을, 전주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하며 미래 도시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다만 한 가지 오랜 시간 전주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행사에 고위 정책 결정자들과 시민들이 다양하게 참석하여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더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민경중 (nocutceo@naver.com)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부 초빙교수

한국정책학회 전략부회장

㈜코아스 상임고문, 전 대표이사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

2004년 제24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2018.02~2021.10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2010~2012.12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2008~2010  CBS 보도국장

1996~1998 CBS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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