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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6) 지방 소멸 위험지수 : 수도권 밖 도시들의 연쇄 폐사
[韓경제 아킬레스건](6) 지방 소멸 위험지수 : 수도권 밖 도시들의 연쇄 폐사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9.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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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해체와 수도권 과밀은 개별 지자체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체질을 파괴

-권의종(경영학 박사·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한 소도시의 빈 집

숫자가 입증하는 지방의 해체: 소멸 위험지수의 경고

[권의종-이왕로 박사]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나 과장된 학술적 수사가 아니다.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로 나눈 값인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이미 대한민국 국토의 과반 이상이 소멸 위험 단계 진입을 완료했음을 냉정하게 가리키고 있다.

과거 농어촌 오지나 면 단위 지역에 국한되었던 소멸의 그림자는 이제 지방의 거점 광역시와 오랜 역사를 지닌 중소도시들마저 거침없이 침식해 들어가고 있다. 젊은 여성의 유입이 끊기고 고령층만 남아버린 도시는 가임 인구의 부재로 인해 자체적인 인구 재생산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 같은 지표의 악화는 단순한 인구 통계상의 하락세를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가 기틀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최소 인구 규모'가 무너지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사회적·경제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도사처럼 해체되는 과정을 뜻한다.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가스 같은 기초 인프라를 유지할 최소한의 세수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시군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행정 서비스와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남은 인구마저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의 굴레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명제는 이미 무너져 내렸으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들은 순차적으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연쇄 폐사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인프라의 도미노 붕괴: 상권·의료·교육의 공동화 현상

지방 소멸 위험지수의 상승은 현장에서 즉각적인 생활 인프라의 붕괴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지역의 민간 경제 기반이다. 거주 인구가 줄어들고 유효 수요가 바닥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버티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듯 상가를 비운다.

지방 중소도시의 원도심은 거대 상권이 폐허처럼 변해버린 붉은 임대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대형마트나 극장, 문화 시설 등 기본적인 편의 인프라는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도시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라이프스타일 인프라가 파괴되는 순간, 해당 지역은 젊은 층에게 '더 이상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낙인찍힌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공공 인프라, 즉 의료와 교육의 도미노 붕괴 현상이다. 아이들이 사라지며 지역의 초·중·고등학교가 한 해가 다르게 연쇄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교육 기반이 무너지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교육 매개체를 찾아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의료 인프라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이며, 응급실을 갖춘 지역 종합병원마저 의사 구인난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아파도 갈 병원이 없고 아이를 낳고 키울 학교가 없는 지역은 도시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상권, 의료, 교육이라는 기초 생존 인프라의 무너짐은 지방의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화하는 가공할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과 지방 소멸이 초래할 거시적 악순환

지방 도시들의 연쇄 폐사를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원과 인프라, 일자리가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다. 양질의 일자리, 유수의 대학, 각종 문화·의료 인프라가 모두 수도권에 과밀하게 몰려 있는 구조 속에서, 지방의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상경할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육성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차출되어 나가는 한, 지방 도시의 자생적 복원력은 절대로 회복될 수 없다. 지방의 인재 유출은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양질의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지방의 해체와 수도권 과밀은 개별 지자체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체질을 파괴하는 거시적 아킬레스건이다. 지방이 소멸하면 국가 전체의 국토 이용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되며, 버려진 지방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쏟아부어야 할 국가적 재정 낭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한다. 반면 지방 청년들을 흡수한 수도권은 살인적인 주거비와 가혹한 생존 경쟁으로 인해 극단적인 저출산을 낳는 ‘인구의 블랙홀’이자 ‘생식력의 무덤’으로 작동한다.

즉, 지방의 소멸이 수도권의 과밀을 부르고, 수도권의 과밀이 국가 전체의 출산율을 0.6명대로 떨어뜨리는 비극적인 악순환이 완성된 것이다. 지방을 살리지 못하고 수도권 중심의 단핵 구조를 방치하는 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나 인구위기 극복은 한사코 불가능한 허상에 불과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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