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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분쟁에 갇힌 삼성, ‘노동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성과급 분쟁에 갇힌 삼성, ‘노동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 윤영호
  • 승인 2026.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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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급을 얼마나 더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다가오는 기술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산업 구조를 만들 것인가”

[윤영호 칼럼]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성과급 갈등이 한국 산업의 중대한 시험대로 떠올랐다. 회사와 노조는 성과급 배분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갈등은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임금과 보상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훨씬 더 큰 질문을 던진다. 

드디어 17일 오전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노사 간 2차 사후 조정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 담화의 핵심은 분명했다.

파업이 강행돼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관련해 긴급조정권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이 사안이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문제라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수출의 약 22.8%,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26%를 차지하는 산업 구조의 핵심 축이다. 특히 반도체는 지금 세계 기술패권경쟁의 중심 산업이다. 반도체 공장은 특성상 단 하루만 생산이 멈춰도 최대 1조 원에 가까운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생산 라인의 특성이다. 반도체 공정은 연속 공정이기 때문에 ‘하루의 멈춤’이 수개월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산업 질서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학습하고 개선하는 단계에 진입하면서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AI는 지능 노동을 대체하고, 로봇은 육체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아직 완전히 실현 되지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노동의 가치가 중심이던 산업 구조에서 기술과 자본, 그리고 알고리즘이 생산성을 결정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의 노사 갈등은 여전히 “누가 얼마의 성과급을 가져가느냐”는 20세기적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악조건은 위기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미래 산업의 기회이기도

한국은 이미 산업 자동화 수준에서 세계 1위 국가다.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밀도가 미국·독일·일본을 앞선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부의 계획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존 본능이 만든 결과다. 

산업현장의 노동쟁의 강도는 정치화되었고, 줄어들고 있는 한국인 노동력은 외국인 글로자로 대치되었다. 제조업은 가성비 높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탈출구를 찾아 제조기반을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기계를 인력대치 수단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한국제조현장에 로봇밀도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 고통이 탈출구를 찾는 자연스런 반전 이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라고 했듯, 악조건은 위기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미래 산업의 기회이기도 했다. 마치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된 한국이 전쟁때 ‘쓸려고’ 만든 무기가 비교적 긴장이 덜했던 유럽이나 중동에서 ‘팔라고’요청하는 K방산의 오늘 현주소를  만든 것 과도 같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며 작업하는 ‘피지컬 AI’ 시대, 휴머노이드 시대가 분명히 열린다. 이 산업의 핵심은 배터리, AI 반도체, 정밀 제조 기술이다. 그리고 바로 그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 정밀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 이 기반 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 자동화 기술이 결합하면 한국은 미래 제조업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문제는 그 기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야다. 만약 기업과 노동이 성과급 갈등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눈앞의 분배 싸움에 매달리다 산업 구조의 거대한 변화흐름에서 패권기회를 눈독 들이고 있는 외국에 놓칠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기술 혁명기의 노사 관계’는 ‘단순한 임금 협상’ 넘어 전략적 협력관계 

때문에 ‘기술 혁명기의 노사 관계’는 ‘빼앗고 덜 뺏기는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선 전략적 협력 관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은 미래 산업 투자에 과감해야 하고, 노동 역시 생산성 혁신과 기술 전환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이 확대될수록 노동의 성격 자체가 변한다. 반복 노동은 기계가 맡고 인간은 설계·관리·창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모두가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첫째, 성과급 중심의 단기 분배 논쟁을 넘어 미래 산업 투자에 대한 공동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성과급을 만드는 기본베이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은 자동화와 인공지능 도입을 위협이 아닌 산업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술을 막는 순간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결국 일자리 전부를 외국으로 빼앗기게 된다.

셋째, 그렇다고 부의 양극화를 그냥 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역시 성과공유 구조를 더 투명하고 장기적인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기 성과급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과 기업 성장의 과실을 사회 구성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나누는 구조, AI체제로 재편되는 산업구조의 결과물을 근로자 주주뿐만 아니라 관련된 국민이 함께 분배에 참여하는 기본소득 구조로 점진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이에 표만 의식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도, 자본주의라는 고전적 사상에만 매몰되어 있는 자본 의식구조도 안 된다. 맬더스는 ‘인구만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했지만, 오늘날 AI를 통한 ‘기술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선형적 예측 모델이 맞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 21일 파업 돌입 계획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생(相生)을 거부한다면 공멸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경험할 것

세계 산업은 지금 새로운 질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20년 뒤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노동 생산성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이 만들어내는 기술 생산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기업과 노동이 싸웠던 나라와, 함께 미래를 설계했던 나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삼성의 성과급 논쟁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다. 국가 산업의 기반이 되고, 주식시장의 대들보가 되는 한국의 주요 기술기업은 이제 단순한 개인기업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불편한 가운데 일부 국민만 편할 수 있다는 기존의 편협적 사고방식은 있을 수 없다. 미래 공동체는 모두가 연결된 사회다. 독생(獨生)하는 독불장군 없다. 상생(相生)을 거부한다면 공멸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지금 삼성의 노사문제 향방은 한국 산업이 여전히 과거의 경제 논리 속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미래 산업의 시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급을 얼마나 더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다가오는 기술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산업 구조를 만들 것인가”라는 더 크고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성과급을 둘러싼 모든 논쟁은 결국 침몰하는 배 위에서 벌어지는 자리 다툼에 불과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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