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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28) ‘빌라왕’ 활개, 전세 사기 대책 마련해야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28) ‘빌라왕’ 활개, 전세 사기 대책 마련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12.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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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속출, 이러고도 우리가 선진국인가...전세보증보험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더러 가입 기준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어...보험 가입 시 임대인 보증금 반환능력 살려야...제도 개선, 상품 혁신, 관리 강화, 법률 보완 서둘러야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프랑스 파리는 볼거리가 많다. 지하철 여행이 필수다. 파리 지하철은 수도 파리와 근교 도시에서 1~14호선과 3호 지선, 7호 지선 등 총 16개 노선이 운행된다. 15, 16, 17, 18호선이 2030년까지 추가된다. 최초 노선인 1호선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하계 올림픽 때 건설됐다. 1863년 세계 최초로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이 개통된 후 189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1898년 오스트리아 빈에 이어 4번 째로 완공됐다. 

123년의 유서 깊은 파리 지하철에서 한국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매치기 주의 방송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는 메시지다. 열차와 역내에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에 이어 마지막으로 송출된다. 방송 녹음은 프랑스 한인회에서 선발한 프랑스 거주 한국인 40대 남성 1명과 40대 여성 1명이 맡았다.

주(駐)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방문이 많은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파리 지하철 1호선 모든 열차와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에펠탑 등 주요 명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한국어 안전 안내 방송’을 하게 됐다”며 “파리지하철공사(RATP)에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자주 발생하는 점을 근거로 한국어 방송 추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한국 관광객이 늘어난 점도 고려된 듯 하다. 파리 관광청에 따르면, 올여름 이후 파리를 방문한 한국 중국 일본 관광객 중 한국인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프랑스 내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어 가슴 뿌듯하다. 한편으론 한국인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고 현지인을 도둑으로 의심해야 하는 현실이 왠지 씁쓸한 여운으로 남는다. 

수천 채 소유 ‘빌라왕’ 활개...임대인 사망으로 전세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속출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소매치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승객의 호주머니 잔돈푼이나 터는 좀도둑이 별로 없다. 대신 서민의 전세보증금을 등치는 큰 도둑이 득실댄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적게는 수십 채 많게는 3000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가진 임대업자, ‘빌라왕’이 활개를 친다. 근자에 이런 빌라왕이 사망하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꼬리를 문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까지도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보증보험에 가입했어도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청하려면 먼저 집주인과 계약을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대인이 사망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당사자가 없어져 전세보증금 반환요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집주인이 사망하면 상속을 통해 상속자가 집주인의 지위를 승계해 재산을 정리하고 전세보증금도 반환하는 순서를 밟는다. 하지만 임대인의 채무가 자산보다 많거나 체납 세금이 과다하면 법정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게 되면 대항력을 상실, 전세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려나 돈을 못 받을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현행 규정상 집주인이 사망하고 상속인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금을 먼저 돌려줄 의무가 없다. 상속인이 끝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법원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지정한 뒤에 압류된 재산을 경매를 통해 정리하게 된다. 그러면 이래저래 시간만 소요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부동산 시황이 안 좋을 때는 경매가 하락으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출까지 받아 힘들게 마련한 목숨 같은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전세보증보험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더러 가입 기준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보험 가입 시 HUG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을 심사하지 않는다. 임대인이 주택을 총 몇 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기 돈 없이 주택을 다량 매입해 전세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사전에 감지해 막아내기 힘든 구조다. 

보증보험 가입도 대출금 심사하듯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주택’인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능력이 있는 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보증사고 전력이 있는 자들을 집중 관리, 이들이 내놓는 주택에 대해 전세 사기의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해소해야 한다. 임차인에게 임대인과 주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정보 요구권이 강화돼야 마땅하다. 

늦게나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할 수 있도록 한다.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를 요구하고, 국세·지방세 미납 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국회도 거든다. 국가와 시·도지사가 주택임대차계약 피해 예방 활동과 관련 기구를 설치케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전세 사기연루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소는 이미 잃었으나 외양간은 이제라도 고쳐야 한다. 제도 보완, 상품 개선, 관리 감독 강화, 법률 뒷받침 등으로 전세 사기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대출까지 받아 힘들게 마련한 목숨 같은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맞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헌법 제23조의 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옳다. 바늘도둑이든 소도둑이든 도둑 걱정 없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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