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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1)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개선해야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1)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개선해야
  • 권의종
  • 승인 2023.01.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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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취업준비생과 공공부문 근로자 5,938명 중 45.0%는 ‘채용 공정성 확립’의 효과적인 정책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지목...좋은 사람을 찾으려면 두 눈 부릅뜨고 봐도 시원찮을 판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니 '어불성설'...시야를 흐리는 '블라인드'의 가면은 벗어던져야...절차적 공정성에 치우치면 직무에 적합한 인재 못 골라

지난 해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규제 개혁은 해묵은 과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김없이 내세워온 단골 국정 과제다. 강한 의지만큼이나 비유가 다양했고 표현도 구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관료의 복지부동을 질타하며 1993년 행정개혁쇄신위원회를 설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프랑스혁명 때 기요틴(guillotine), 죄인의 목을 베는 단두대처럼 규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덩어리 규제를 모두 손볼 것”을 장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로 상징되는 대못 규제를 뿌리 뽑겠다”고 공표했다. 전봇대는 2008년 전라남도 영암군 대불산단에서 뽑힌 것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회의에서 규제 개혁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규제를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붉은 깃발을 치우겠다”고 호언했다. 붉은 깃발은 영국이 19세기 당시 신산업인 자동차로부터 마차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 속도를 통제한 ‘붉은 깃발법’에서 유래한 용어다. 각기 표현은 달랐으나 역대 대통령 모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말은 무성했으나 결과는 공염불에 그쳤다. ‘도돌이표’처럼 실패를 반복됐다. 오히려 규제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두고 볼 일이다. 대못 정도는 아니라도 국민과 기업을 은근히 괴롭히는 가시 같은 규제가 주변에 널려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그 한 예다. 문재인 정부가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성적 등을 채용 과정에서 노출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에 전면 도입한 제도다. 2017년 시행돼 6년째를 맞는다. 현재 350개 중앙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410개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운용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세워 온 해묵은 국정 과제...말은 무성했으나 결과는 ‘공염불’

찬반이 엇갈린다. 공정한 채용문화 확립을 장점으로 꼽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실시한 ‘채용 공정성 체감 인식도 조사’에서 취업준비생과 공공부문 근로자 5,938명 중 45.0%는 ‘채용 공정성 확립’의 효과적인 정책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지목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55개 공공기관 채용담당자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엇비슷하다. 출신 지역·출신학교·나이·성별·외모 등 인적 속성에서 블라인드 채용 후, 신입 직원의 다양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점도 드러난다. 다양한 조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률적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한다. 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국 국적자를 연구원으로 선발했다가 뒤늦게 불합격 처리하는 소동을 벌였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 출신을 알 수 없어 최고 등급의 국가보안 시설에 외국인을 채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에도 어느 공공기관에서 40대 후반이 신입 직원으로 뽑히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제도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채용기관의 의지에 더 좌우된다. 절차적 공정성에 치우치다 보면 도리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고르기 어려울 수 있다.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1년 내 퇴사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에서 차별적 요소로 꼽히는 학력·학점 같은 이른바 ‘스펙’을 고려해야 하는 연구기관과 지식산업 등은 우수 인재 확보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채용기관은 꿀 먹은 벙어리 행세다. 서슬 퍼런 정부에 잔뜩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못 건네고 속만 끙끙 앓고 있다. 

좋은 성과는 우수 인재에서 나와...사람 잘 고르려면 출신학교, 전공, 성적 정도는 살펴야

만시지탄이나 윤석열 정부 들어 미세하나마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 우수 인재 유치가 필수적인 국책 연구기관 39곳이 2023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수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 나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랴부랴 연구개발목적기관에 적용할 새로운 채용 기준을 확정했다. 기관별 여건을 반영해 채용 대상별 구체적인 수집‧활용 정보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했다. 기관마다 자율성을 부과해 상황에 맞는 채용을 진행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고급 인재는 비단 연구기관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공공기관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필요로 한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성과는 우수 인재에서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 신입 직원 채용까지 시시콜콜 간섭해대면 양호한 실적을 거두기 어렵다. 공공기관의 현재 모습이 어떤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일자리 늘리기로 몸집은 커졌으나 생산성은 바닥이고 부채는 천정부지다. 관치에 찌들어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 바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만 목을 맨다. 공공기관이 '공공(空空)기관'화 하고 있다.

인재를 고르려면 출신학교, 전공, 성적 정도는 살펴야 맞다. 지방 출신 우대는 지역인재 선발제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성별이나 출신 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재산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사항은 기존대로 블라인드를 적용해도 무방하다. 좋은 사람을 찾으려면 두 눈 부릅뜨고 봐도 시원찮을 판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시야를 흐리는 블라인드의 가면은 벗어던져야 한다. 인사가 만사이고 규제 개혁이 국가 개혁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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