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현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경화증 등의 질병을 얻은 노동자 5명이 지난 31일 동시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은 이날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복지공단은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에 대해 신속히 산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집단 산재 신청은 반올림이 2008년 4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 신청을 시작한 이래로 13번째다. 반올림은 그동안 총 94명에 대한 산재를 신청해 이 가운데 22명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반올림이 지난 10년간 제보받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는 모두 393명으로 이 가운데 144명이 이미 숨졌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35명 중 25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10명이 산재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그동안 공단은 발암물질 등에 충분하게 노출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병의 발병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승인을 남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은 불승인 이유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며 중요한 판단지침을 제시했다"며 "산재인정 기준을 즉각 개정해 반복적인 직업병 피해에 대해 오랜 조사와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즉각 산재인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대법원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건과 관련해 업무와 발병 원인의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입증책임 완화’법리를 들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