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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지그룹 상장3사 연말까지 모두 '상장폐지 위기' 고조
형지그룹 상장3사 연말까지 모두 '상장폐지 위기' 고조
  • 정진교 기자
  • 승인 2026.09.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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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지아이앤씨, 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등 3사...온갖 부양책에도 주가 변화 거의 없어
-무상증자, 액면병합 등 온갖 부양책에도 주가와 시총은 거의 요지부동
-연말까지 두 요건 중 한개라도 걸리면 상폐. 실제 그 가능성 고조
-패션 본업 경쟁력 약화와 재무악화, 메자닌 남발 등이 겹쳐 주가 약세
-3사 상폐되면 안그래도 안좋은 그룹 재무상태 더 악화 불가피
▲형지그룹 최병오 회장(홈페이지)
▲형지그룹 최병오 회장(홈페이지)

[금융소비자뉴스 정진교 기자] 패션전문 형지그룹은 작년 계열사 합산 자산과 매출이 각각 5000억원~6000억원대 정도인 소그룹이다. 10여년 전 한때 ‘크로커다일’ ‘샤트렌’ 등의 히트로 매출과 자산이 1조원을 넘기도 했으나 지금은 실적과 그룹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최대 주력기업이자 지주사 격인 패션그룹형지(옛 형지어패럴) 등 22개사가 비상장인 반면 상장사도 형지I&C, 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등 3개사가 있다. 형지아이앤씨는 남성셔츠 ‘YEZAC’ 등으로 유명한 의류업체이고, 형지글로벌은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전문업체다. 형지엘리트는 학생복과 단체유니폼 등을 주로 취급하는 의류업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상장 3사가 현재 모조리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몰려 있다. 2020년대 들어 업황 악화 등으로 주가도 크게 하락했는데,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책의 일환으로 부실 상장사들의 조기퇴출 요건을 크게 강화하면서 여기에 이 3사가 모조리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정부는 7월부터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상태나 시가총액(시총)이 300억원(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무조건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또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이 기준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상폐가 결정된다.

▲형지아이앤씨 로고
▲형지아이앤씨 로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형지그룹의 상장 3사는 모두 지난 8월과 9월 초에 관리종목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두가지 상폐 요건 중 한 개만 걸린게 아니라 3사 모두 ‘동전주’와 ‘시총 미달’ 두 가지 요건에 모두 걸렸다. 향후 90매매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으로 이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곧 바로 상폐로 결론날 수 있다.

물론 3사나 형지그룹이 그동안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들어 쓸 수 있는 방법은 총동원했다. 형지아이앤씨의 경우 지난 2월 90% 무상감자를 통한 감자차익으로 결손보전을 하고 10대1 주식병합을 했다. 이어 44억원 유상증자까지 실시했지만 주가는 반짝 올랐다가 다시 도로 원위치되었다.

형지엘리트도 ‘동전주’ 탈출을 위해 주식액면을 5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 또 패션그룹형지와 그룹 총수인 최병오 회장의 아들 최준호 부회장은 10월22일부터 11월20일까지 각각 3억원 및 2억원을 투입, 형지엘리트 지분 1.51%, 1.01%씩을 장내매수할 계획이라고 최근 공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난 22일 기준 3사의 주가나 시총을 보면 거의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코스닥 상장사인 형지아이앤씨의 22일 종가는 501원, 시총은 35.6억원에 각각 불과하다. 주가도 그렇지만 특히 시총이 현재 탈출기준(200억원)과 거리가 멀다. 이 회사의 PBR(주가순자산배율)도 정부 권고치인 0.3배에 한참 거리가 먼 0.08배에 그친다.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형지글로벌의 22일 종가도 277원, 시총은 71.5억원씩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형지엘리트의 22일 종가와 시총도 각각 296원, 182억원에 불과하다. PBR도 0.15배다. 3사 주가를 모두 합쳐야 1000원이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고 해서 “3사 주가 합계가 버스비도 안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 그룹이 나서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는데도 주가와 시총이 이 정도면 향후 90거래일 안에 두가지 요건 모두에서 탈출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두가지 요건 중 한가지라도 ‘45거래일 연속 기준 이상’을 못채우면 당장 상폐가 될 수 있다. 올 연말 안에 3사 중 일부, 아니면 3사 모두 상폐로 결론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3사가 상폐로 간다면 안그래도 업황 및 재무상태 악화 등으로 어려운 처지인 형지그룹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상폐는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이 막히는 것이어서 그룹의 자금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

형지 상장 3사 주가와 시총은 왜 이렇게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된것일까? 물론 크게 강화된 거래소 상장유지 기준(동전주 등 퇴출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정책 변화만 없었다면 저주가이더라도 과거처럼 그럭저럭 상장유지는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변화를 탓하기 전에 형지그룹과 최병오 회장이 본업 부진과 무차별적인 메자닌 발행 등에 미리부터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적어도 이같은 상황까지는 안왔을 것이라는데 견해를 대체로 같이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시장 침체와 신사업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 수년간 많은 의류-패션업체들은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고전해왔다. 많은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이른바 ‘메자닌’ 발행과 유상증자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 주식수가 과도하게 늘어나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고,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외면받으며 시총이 계속 증발했다. 형지 상장 3사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배구조 상 상장 3사의 버팀목이 되어야할 비상장 모기업 패션그룹형지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작년 말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은 700%를 돌파했고, 신용등급은 최근 ‘투기등급’ 최하위 수준(B-)까지 추락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연결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 일부
▲패션그룹형지의 연결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 일부

이 때문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형지글로벌 등 상장사가 오너가 지배하는 모기업에 수백억원을 대여해 주기도 했고, 모기업이 보유하던 적자 계열사 지분을 형지글로벌이 대여금 상계 방식으로 매입하면서 형지글로벌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많이 잃고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었다.

상폐를 막기위해 무상감자나 주식액면병합 등의 고강도 카드를 꺼내들며 일시적으로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올리려고 시도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없는 기술적 미봉책이다보니 거래 재개 후 주가가 다시 수백원대로 주저 앉으며 상폐 시계는 다시 돌아갔다.

요약하자면 실적 악화 속에서 무리한 계열사 지원 등으로 상장사들의 곳간이 비어갔고, 이로 인해 주가와 시총이 계속 하락한 상태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변화까지 강타하자 세 상장사 모두 한꺼번에 상폐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사 중 형지엘리트만은 아직 흑자에 재무구조도 상대적으로 괜챦은 편이다. 형지글로벌도 작년까지 만성 적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소폭 흑자를 냈다. 그런데도 주가가 여전히 맥을 못추는 것은 미래성장성에 대한 주주들의 의구심 등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때 1조원이 넘었던 그룹 매출이 이처럼 많이 쪼그라든데 대해서는 과거 형지의 핵심동력이었던 가두점(로드숍) 중심의 여성복 브랜드들이 변화한 패션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을 많이 들고 있다.

형지의 주력 브랜드인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샤트렌’ 등은 과거 중장년층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브랜드가 노후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이 끊겼고, 기존 고객층의 고령화로 구매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패션그룹형지의 주주 구성과 종속 자회사들
▲패션그룹형지의 주주 구성과 종속 자회사들

에이블리,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패션 생태계와 유니클로, 탑텐 등 SPA(제조직매형)브랜드의 유행 속에서도 형지는 기존 대리점·가두상권 위주의 오프라인 영업을 고집하다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가운데 형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대규모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신축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과거 전성기 시절 무리하게 추진했던 M&A(인수합병)의 후유증도 크다. 에스콰이어(제화), 형지아이앤씨(남성복), 형지글로벌(골프웨어) 등 인수하거나 설립한 자회사들이 수년째 줄 적자를 기록하거나 누적결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상장 3사는 또 공교롭게도 최병오 회장의 장남 최준호 부회장과 장녀 최혜원 대표 등 오너 2세들이 현재 대표이사를 직접 맡고 있는 곳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2세들은 업황 악화를 타개하겠다며 본업과 무관한 스테이블코인, 에이지테크(시니어로봇), 화장품 등 신사업 확장도 추진했으나 아직 신통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시장과 주주들의 불신과 우려를 키웠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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