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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8) 지방 대학 연쇄 폐교 :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의 파괴
[韓경제 아킬레스건](8) 지방 대학 연쇄 폐교 :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의 파괴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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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방 산업 전체의 몰락을 부채질...연쇄 폐교 방치는 지방 소멸의 시간을 극적으로 앞당기는 행위

-권의종(경영학 박사·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동부산대학교 [동부산대 제공]<br>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된 동부산대학교 [동부산대 제공]

벚꽃 피는 순서대로 도미노 파산: 지방 대학의 잔혹사

[권의종-이왕로 박사]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교육계의 오랜 경고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닌 현실의 잔혹한 실측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가파른 절벽 아래서 지방 사립대학은 물론,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마저 매년 신입생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해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입학생 유치를 위해 온갖 혜택과 장학금을 제시해도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을 막아서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 대학들은 심각한 재정난 속에 폐교 수순을 밟거나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칼날 위에 서 있다.

대학의 문을 닫는 현상은 단지 개별 교육기관의 경영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방이라는 공간에서 인재가 배출되고 유통되는 사다리가 완전히 부러졌음을 뜻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맞물려 고교 졸업생 다수가 수도권 상경을 선택하고, 지역에 남은 대학마저 붕괴하면서 지방에는 청년층 자체가 증발해 버리는 극단적인 인구통계학의 도너츠 현상이 일어난다. 교육 인프라의 상실은 지식 생산 기지의 파괴를 의미하며, 이는 지방의 자생력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으로 이어진다.

지방 대학의 폐교는 교수, 교직원의 대규모 실직과 자산 유동화 실패로 이어지며 금융권의 부실 리스크로까지 전이된다. 사립대학의 폐교 자산이 매각되지 못한 채 수년 동안 폐허로 방치되면서 지역사회의 슬럼화를 가속화하는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한때 지성과 역동성의 상징이었던 캠퍼스가 을씨년스러운 유령 공간으로 변해버린 풍경은, 인구 절벽이 지방의 교육 생태계를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다.

대학 상권의 파탄과 지역 경제 자생력의 상실

지방 도시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학은 지역 소상공인들을 떠받치는 거대한 소비의 축이자, 인근 상권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촌, 식당가, 상업 시설들은 대학이라는 거대한 유효 수요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대학이 입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정원을 대폭 축소하는 순간, 주변 상권은 유탄을 맞고 수개월 내에 완전히 파탄에 이른다.

원룸 건물들은 연쇄 공실 사태를 맞으며 경매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해 방치되고, 대학가 상인들은 소득원을 잃고 빚더미에 앉아 자영업 폐업의 길로 내몰린다. 대학 생태계의 파괴가 지역 민간 경제 전반을 무너뜨리는 2차, 3차 경제적 충격파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소비 여력을 갖춘 젊은 층이 증발하면서 지역의 가치 창출 능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이는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 축소로 이어져 기초 행정 서비스마저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기업 유치의 불가능성이다. 지역에 인재를 공급해 줄 대학 생태계가 파괴되면, 기업들은 양질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투자를 단행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사람이 없어 기업이 안 오고, 기업이 없어 사람이 떠나는" 비극적 굴레의 한가운데에 지방 대학의 폐교가 위치해 있다. 대학이 무너진 도시는 혁신 동력과 경제적 자생력을 모두 잃어버린 채, 스러져가는 노인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산학 협력 생태계의 차단과 지역 인재 유출의 악순환

지방 대학은 지역 산업체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지역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중심 거점이었다. 지역의 주력 제조업이나 첨단 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연구·기술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 대학의 연쇄 폐교와 학과 폐지는 산학 협력 생태계의 허리를 완전히 끊어 놓았다. R&D 인프라가 미비해진 지방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뿌리내릴 수 없다.

이로 인해 지역 청년들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다시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될 수밖에 없다. 인재 유출은 지역의 기술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폐업을 부르는 도미노 현상을 낳는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결국 지방 산업 전체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전략 목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결국 지방 대학의 연쇄 폐교를 방치하는 것은 지방 소멸의 시간을 극적으로 앞당기는 행위다. 과감한 대학 구조개혁과 함께, 지방 거점 대학을 지역 산업 및 지자체와 밀착시켜 재창조하는 대대적인 라이즈(RISE) 체제 등의 특단 대책이 가동되어야 한다. 대학을 살리지 않고서는 지역 인재의 정주 여건을 마련할 수 없으며, 인재가 없는 지방에는 그 어떤 경제 활성화 정책도 연목구어에 불과할 따름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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