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경영학 박사·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임용고시 합격 후에도 길 잃은 교사들: '발령 대기'의 잔혹한 현실
[권의종-이왕로 박사] 선발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도 정식 교단에 서지 못한 채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방황하는 ‘초등교사 발령 대기’ 사태는 인구 절벽이 공공 교육 현장에 미친 첫 번째 구조적 충격파다. 과거 치열한 임용고시 문턱을 넘어서면 당연하게 보장되던 ‘선발 후 즉시 임용’의 공식은 완벽히 무너져 내렸다. 학령인구가 상상을 초래할 정도로 가파르게 감소함에 따라 교원 수요 자체가 급감했으나, 교원 수급 계획과 실제 인구 감소 속도 사이의 미스매치로 인해 발령 대기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적체된 결과다.
이 같은 임용 적체는 청년 교사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과 경제적 고통을 안겨준다.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었음에도 신분이 아득한 경계에 걸쳐진 신규 임용 대기자들은 계약직 기간제 교사나 다른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정식 발령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계약직 채용 과정조차 정식 발령 가능성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장기 계약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대 입학 정원 감축과 교원 선발 인원 축소가 연쇄적으로 이뤄지며 ‘교대 열풍’이 단숨에 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최고의 정년 보장 직업으로 각광받던 교직의 위상이 흔들리자 우수 인재들의 교대 진학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미 합격한 교대생들마저 중도 포기나 임용 시험 포기를 선택하는 비극적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우수한 예비 교원 양성 시스템 전체가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폐교의 도미노와 통폐합: 텅 빈 교실과 해체되는 학교 공간
초등교사 발령 대기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학교 현장의 전면적인 축소에 있다. 매년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지방 농어촌을 넘어 대도시 외곽과 원도심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입학생 수 감소는 1개 학년에 학급이 하나뿐인 ‘단식 학급’이나 서로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복수 학급’의 증가로 이어지며, 마침내 학교 자체가 문을 닫는 연쇄 폐교와 통폐합의 수순을 밟게 만든다.
학교의 폐교는 단순히 건물 하나의 문을 닫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초등학교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중심 거점이자, 아동을 양육하는 마을 생태계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꺼지고,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 여건을 찾아 인근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미련 없이 이사를 떠난다. 이는 다시 해당 지역의 유소년 인구를 완벽히 고갈시켜 지방 소멸을 극적으로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학교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폐교 건물들은 지자체의 재정 난항 속에서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유령 건물처럼 방치되기 일쑤다. 잡초만 무성한 운동장과 텅 빈 교실은 인구 절벽이 한국 사회의 가장 유서 깊은 교육 공간들을 어떻게 유령화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텅 빈 교실은 단지 아이들이 줄어들었다는 통계적 수치를 넘어, 지역사회의 공동화 현상을 완성하는 서글픈 이정표가 되고 있다.
교원 수급 체계의 파탄과 미래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요구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는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국가 차원의 교원 수급 정책이 완벽히 실패했음을 자인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교원 수급 모델은 인구 성장기 혹은 정체기를 전제로 설계되었기에, 지금처럼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무너진 ‘절벽’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교원 선발 규모를 대폭 줄이고 교대 정원을 감축하는 조치에 나섰으나, 이는 이미 시장에 배출된 예비 교사들의 피해를 키우는 후행적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이제 인구 절벽 시대의 교육 정책은 단순히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사 수도 줄인다'는 식의 단순 재정 절감형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 수 감소를 역으로 활용하여 기존의 과밀 학급 구조를 해체하고,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미래형 교육 체계로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정서를 밀착 관리하는 세심한 공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교사의 역할을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멘토이자 돌봄 전문가로 재정의해야 한다.
동시에 예비 교원 양성 기관인 교원양성대학교(교대)와 사범대의 통합 및 과감한 재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직 이수 과정과 양성 체계를 다변화하여 인구 구조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초등교사 발령 대기라는 비극은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에 던져진 마지막 경고다. 기존의 관성에 매달려 임시방편으로 교사 정원만 깎아 나간다면,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생태계의 경쟁력은 완벽하게 해체될 수밖에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