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1-07 01:00 (토)
[韓경제 아킬레스건](39) IRA와 칩스법 : 미·중 패권 전쟁 속에 낀 한국 기업의 잔혹사
[韓경제 아킬레스건](39) IRA와 칩스법 : 미·중 패권 전쟁 속에 낀 한국 기업의 잔혹사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1.01 07: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냉혹한 환경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줏대 없는 눈치보기 외교에서 벗어나 명확한 경제 안보 청사진을 그려야

권의종(경영학박사 · 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보호무역주의의 칼바람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IRA와 칩스법의 본질

[권의종-이왕로 박사]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기술과 무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 안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전방위적 전면전으로 비화한 가운데, 미국이 꺼내 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대한민국 수출 주도형 제조업에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왔다. 이 두 가지 법안은 표면적으로는 자국 내 첨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미 본토로 핵심 제조업을 강제로 회수하겠다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적 보호막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대신 중국 등 우려 국가와의 합작을 엄격히 제한하고,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의 원산지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는 IRA의 그물망은 글로벌 분업 체계에 의존해 온 한국의 이차전지 및 완성차 기업들에게 엄청난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부담을 안겼다. 반도체 지원법 역시 마찬가지다. 첨단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들에게 향후 수년간 중국 내 생산 시설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들이밀며, 미·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압박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의 수혜를 입으며 성장해 온 한국 기업들로서는 거대한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최대의 수출 및 생산 거점인 중국 시장을 단숨에 등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겪는 전략적 혼란은 곧 제조업 전체의 불확실성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미·중 줄타기의 잔혹한 대가: 막대한 투자 압박과 수익성 훼손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과 통상 압박 속에서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본토와 북미 지역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현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강제적 투자 경쟁에 내몰렸다. 미국 테네시, 조지아, 텍사스 등지에 거대 배터리 공장과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치솟는 현지 건설 비용, 심각한 현지 인력 수급난, 그리고 까다로운 노동법규 등으로 인해 초기 투자 비용은 당초 예상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더욱 가혹한 점은 이러한 막대한 현지 투자가 즉각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 집행은 온갖 행정적 절차와 까다로운 부대조건에 묶여 지연되기 일쑤였고, 중국산 저렴한 소재를 배제한 채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다 보니 생산 원가는 급등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정부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자국산 우선주의 정책에 부딪혀 기존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한 천문학적인 자본 지출과 중국 시장에서의 리스크 관리 비용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 미·중 패권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실속은 챙기지 못한 채 막대한 비용만 소모하는 '잔혹사'가 현실화된 셈이다.

경제 안보 시대의 생존 방정식: 전략적 자율성과 기술 동맹의 재설계

IRA와 칩스법이 촉발한 통상 대지각 변동은 대한민국 제조업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나 단순한 규모의 경제에 기댈 수 없으며,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글로벌 전략을 완전히 재설계해야 함을 경고한다. 미·중 간의 패권 전쟁은 일시적인 정권 교체로 끝날 성격이 아니며,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를 지배할 구조적 상수다. 이 냉혹한 환경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줏대 없는 눈치보기 외교에서 벗어나 명확한 경제 안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망 다변화와 원천 기술 고도화를 통해 한국이라는 베이스캠프 자체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미국과의 굳건한 기술 동맹을 유지하되, 핵심 광물 공급망에 있어서는 호주, 인도네시아, 남미 등 자원 부국들과 독자적인 양자 협력을 강화하여 특정 패권국에 완전히 예속되는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또한,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범용 제품 중심의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고, 고부가가치 소재 및 전략 품목 중심으로 공급망의 질적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 낀 한국 기업들의 잔혹사는 냉혹한 국제 정치 경제 질서에서 기술 경쟁력 없는 중간자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치밀한 외교적 역량과 기업의 과감한 초격차 기술 투자가 하나로 결합된 '국가 총력전' 체제를 확립하는 것만이 유일한 타개책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