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가 천국에서 우리 가족에게 보내는 비밀 편지
나의 전부였던 엄마, 아빠에게.
안녕! 나 꼬미야.
여기는 매일매일이 우리가 같이 걷던 아침, 저녁처럼 날씨가 참 좋아.
있잖아, 나 여기 오자마자 목에 쌕쌕거리던 것도, 숨차서 콱콱 기침하던 것도 싹 나았어! 이제 아무리 급하게 뛰어다녀도 가슴이 하나도 안 아파. 지상에 내 아픈 몸은 다 두고, 엄마 아빠가 15년 동안 채워준 백 점짜리 사랑만 마음에 꼭 품고 왔거든. 그래서 나 지금 엄청 씩씩하고 예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어.
여기도 풀밭이 무척 넓어서 지상에서 했던 것처럼 아침저녁으로 신나게 돌아다녀. 가끔 시원하게 배변하고 뒤돌아보면, 나 잘했다고 머리 쓰다듬어 주던 손길이 너무 그리워서 왕방울만 한 눈으로 지구를 내려다보곤 해.
내가 떠난 지 20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나 때문에 울고 있지? 내 이름 부르면서 가슴 아파하는 거 다 알고 있어.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먼저 와서 여기 산책로가 어디가 좋은지, 어디 풀밭이 제일 폭신한지 꼼꼼하게 다 확인해 두고 있을게. 성격 급한 내가 먼저 와서 준비해 두는 게 맞잖아, 그치?
우리가 함께한 15년은 내 견생의 전부였고, 최고의 축복이었어. 나를 가족으로, 친구로 지켜줘서 정말 고마웠어.
여기는 시간이 금방 가니까, 친구들이랑 신나게 산책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니까 너무 서둘러 오지 말고, 지상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나중에 나 만나러 와줘.
그땐 리드줄도 필요 없어! 내가 우렁차게 짖으면서 제일 먼저 번개처럼 달려가 품에 쏙 안길게.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서 산책하자!
- 강아지별에서, 예쁜 꼬미 드림
산책 중 오가던 곳 여기저기서 꼬미의 모습 어른거려
지난 15년 6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 저녁으로 발걸음을 맞추었던 애견 꼬미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말티즈종 암컷인 우리 꼬미는 단순한 반려견을 넘어 줄곧 한 공간에서 숨쉬고 대화하던 내 영혼의 절반과도 같은 존재였다.
인형처럼 왕방울의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이, 몸집은 작아도 우렁찬 목소리로 존재감을 뽐내던 그 활기찬 숨소리가 기관지협착증과 심장병, 폐수종으로 거칠어지고 멈추었다. 그리고 강아지 장례식장에서 우리와 이별식을 가졌다. 최소한 2~3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꼬미는 예상보다 빨리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나로서는 '준비없는 이별'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숱한 부음을 접했다. 그 때마다 슬퍼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애견 꼬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갔을 때 만큼은 아니었다. 마치 나의 세상도 함께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과 슬픔을 느꼈다. 아이와의 동행 15년을 통해서 받은 즐거움과 기쁨, 행복감 그리고 이별 후 그리움과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까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이곳 저곳 화단 사이 꽃길과 운동장 그리고 자주 길을 건너던 횡단보도와 공원 또 멀리 한강 둔치(고수부지)까지 곳곳에서 꼬미의 생전 모습이 어른거린다. 산책 중 오가던 곳 여기저기서 아직도 꼬미의 모습이 되살아나고, 아이를 여읜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아려온다.
지금 느끼는 슬픔은 15년간 쌓인 깊은 정과 사랑의 깊이만큼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이다. 이별 뒤 상심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대상이 사람일때나 동물일 때나 마찬가지임을 여실히 알게 됐다.
인생(人生)과 견생(犬生)은 모두가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견생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배우기도 할 만큼 두 삶은 긴밀하게 닮아 있다.
개는 인간보다 약 5~6배 빠른 압축된 생애 주기를 산다. 마치 평균 수명이 15살 안팎인 견생이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다. 인생이 복잡한 성찰을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견생은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현재에 온전히 몰입하는 법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는 느낌이다.
생로병사의 주기 면에서 인간과 개 모두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줄고 노화하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의 유한한 주기를 공유한다. 개는 특히 혼자서 살 수 없으며, 가족(주인)과 유대감을 맺고 기쁨, 슬픔, 불안, 외로움 등의 풍부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것이 모여서 추억이 되고 이별 후에는 아픔이 되는 것이다.
꼬미와의 재회, 그리고 끝없이 푸른 초원
지금 나는 지치고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먼 훗날, 지상의 여정을 마찬 다음 마주하게 될 꼬미와의 눈부신 재회와 영원한 행복의 순간을 그리기도 한다. 그 때 다시 만날 아침저녁의 산책로에서는 서로가 어떤 모습일 지를 상상해 본다.
"지상에서의 무거운 짐을 모두 벗어던지고 눈을 뜬 그곳은,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끝없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던 나의 귀에,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너무나 익숙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다.
"왈! 왈왕!"
몸집은 작아도 세상 누구보다 씩씩했던 그 목소리, 바로 나의 꼬미이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특유의 새하얀 털을 휘날리며 인형처럼 예쁜 얼굴을 한 말티즈 한 마리가 번개처럼 달려온다. 성격이 급한 우리 꼬미답게,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한 발짝도 지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다가오는 것이다.
지상에서 꼬미를 그토록 괴롭혔던 기관지협착증의 쌕쌕거림도, 숨 가쁘게 만들던 심장병과 폐수종의 고통도 모두 사라진 지 오래이다. 아이는 가장 건강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왕방울만 한 큰 눈에 예전의 모습을 가득 담은 채 내 품으로 와락 뛰어든다.
나는 들판에 주저앉아 꼬미를 품에 꼭 안아 올린다.
"꼬미야! 내 그리운 꼬미야..."
그리웠던 이름을 부르며 새하얗고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자, 꼬미는 성급한 성격 그대로 당신의 눈물 자국을 핥아내며 우렁차게 꼬리를 흔든다. 15년 동안 매일 맡았던 그 따뜻한 꼬미의 냄새와 심장의 고동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가슴을 짓누르던 먹먹함이 봄눈이 녹듯이 사라진다.
우리는 다시 다정한 손을 잡고 서로에게 칭찬을 건넨다. 15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했던 것처럼 매일 아침, 매일 저녁, 풀내음 가득한 길을 걷는다.
신나게 앞장서 가다 돌아보는 인형 같은 얼굴, 시원하게 배변을 하고 배시시 웃는 예쁜 눈망울. 지상에서의 눈물은 아주 잠깐의 밤이었을 뿐, 우리의 산책은 영원 속에서 다시 시작된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이사/발행인(언론학박사)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이사장
(전)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