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 "집값 잡기보다 실질적 주거 안정 대책에 집중해야"..."획기적 대책 필요”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 사회의 자산 양극화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심화하고 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좁아지고 가팔라지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소득 상·하위 계층 간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자산 격차는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격차가 68.6배에 달한 가운데 실제 거주 주택의 평균 가격 차이도 290배를 넘어섰다. 주택 보유 여부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소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23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1% 하락한 수치로, 2017년 이후 가장 낮다.
반면 자산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6억9341만원으로 전년보다 7.7% 올랐다. 2017년 이후 2022년(7억4635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5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1분위의 290.1배로 벌어졌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른바 『20 VS 80의 사회』(원제: Dream Hoarders)로 고착화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싱크탱크 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Richard V. Reeves)가 저술하고 2019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사회 비평 도서이다.
핵심 내용은 상위 1%가 아닌 상위 20%의 문제: 기존의 '1% 대 99%' 프레임(최상위 슈퍼 리치 비판)에서 벗어나,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 고착화의 진짜 주범으로 상위 20%에 속하는 '중상류층'을 지목한다. 기회 사재기(Opportunity Hoarding)도 심각하다. 상위 20% 집단은 자신들이 누리는 경제·사회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며 기회를 독점한다.
주요 기회 독점 방식으로는 거주지 제한 및 학군(Zoning)이 있다. 좋은 학군이 있는 지역에 비싼 주택을 지어 저소득층의 진입을 막고 좋은 교육 기회를 세습한다. 자녀 교육 및 경험 투자도 한몫을 한다. 상위 20% 부모는 하위층보다 자녀의 교육과 과외활동에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빈곤층으로 편입되는 중산층이 늘어나
인맥과 정보 활용도 돋보인다. 인턴십, 채용 과정 등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자녀에게 유리한 일자리와 기회를 대물림한다. 이른바 유리 바닥(Glass Floor)의 형성하는 점도 특징이다. 상위 20%는 자녀가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유리 바닥)을 견고하게 구축하여 계층 이동성을 차단한다.
이 책은 중상류층 스스로가 평등을 외치면서도 일상과 제도 속에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며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입시 경쟁과 수도권 중심의 주거·교육 격차가 심화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성찰하는 데도 큰 시사점을 준다.
이대로 가면 20 대 80이었던 사회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1 대 99의 사회로 가면서 세계적으로 격차가 더 벌어져가는 우울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경제, 사회, 환경이 ‘지속가능’의 세 영역이다. 사회영역의 격차 해소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고리로 생각된다.
문제는 경제가 성장해도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까지 파급되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의 혜택이 대기업 등 소수의 승자에게만 편중되고 고용이나 중산층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빈곤층으로 편입되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해 관점을 전환, 획기적인 종합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동안 부동산 양극화 개선을 향한 정부의 의지에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형성되는 자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매매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전월세 가구를 위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 주택을 확충하는 등 주거 취약계층의 실질적 거주 안정을 돕는 맞춤형 대책에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