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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43) 대기업-협력업체 양극화 : 상생 없는 하청 구조의 생태계 파괴
[韓경제 아킬레스건](43) 대기업-협력업체 양극화 : 상생 없는 하청 구조의 생태계 파괴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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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주도의 일방적 착취 구조 깨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제도적 개혁 시급

권의종(경영학박사 · 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협력업체와 장비 개발<br>
협력업체와 장비 개발

승자독식의 외형 성장과 하청 생태계의 고사: 대기업-중소기업 간 거대한 격차

[권의종 주필-이왕로 박사] 대한민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눈부신 외형을 확장해 온 과정은, 역설적으로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 간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낳은 역사이기도 하다. 완성품을 조립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거느린 소수의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영업이익과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가는 동안, 그들의 생산 라인을 실질적으로 지탱하고 부품을 공급하는 수만 개의 1·2·3차 협력업체들은 만성적인 저수익과 고질적인 재무 압박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고착화된 불공정한 '하청계약 구조'에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들은 원가 절감 압박과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협력업체들에게 부품 단가 인하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납품 단가 연동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비용의 부담을 온전히 하부 생태계로 전가해 왔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협력업체들은 그 인상분을 납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마진을 깎아가며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자에 갇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호황기에도 협력업체들의 재무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기형적 현상이 상시화되었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투자를 진행할 여력을 상실한 중소 협력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가장 튼튼한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 생태계가 내부로부터 서서히 고사하는 치명적인 병폐가 누적되었다.

기술 탈취와 인재 엑소더스: 상생 없는 구조가 자초한 혁신 역량의 공동화

상생 없는 하청 구조가 초래한 가장 파괴적인 부작용은 바로 협력업체들의 '기술 탈취' 피해와 이로 인한 혁신 의지 상실이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수년간의 피와 땀을 흘려 독자적인 공정 기술이나 고부가가치 부품을 개발하더라도, 대기업이 납품 다변화나 단가 인하를 빌미로 기술 자료를 요구하거나 이를 다른 하청업체에 넘겨 가로채는 부당한 관행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과의 불균형한 힘의 관계 속에서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거나 보복이 두려워 억울함을 삼켜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약탈적 거래 관행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R&D와 혁신에 투자할 동기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기술을 개발해 봤자 대기업에 빼앗기거나 단가 후려치기의 표적이 될 뿐이라는 절망감이 팽배해지면서, 협력업체들은 과감한 원천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단순 임가공 형태의 정체된 비즈니스에 안주하게 되었다.

더욱이 만성적인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은 우수 공학도와 숙련 기술인력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만 몰리는 '인재 엑소더스(Exodus)'를 가속화했다. 현장의 기술 명맥이 끊기고 청년 인력이 이탈하면서, 협력업체들의 제조 경쟁력은 날로 추락했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기초 품질 저하와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진정한 상생 생태계로의 대전환: 공정 거래 확립과 동반 성장 인프라 구축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붕괴 직전의 하청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샌드위치 위기를 뚫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기업 주도의 일방적 착취 구조를 깨고,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가장 먼저, 납품단가 연동제의 철저한 현장 정착과 함께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는 등 공정 거래 질서를 법적·제도적으로 확고히 다져야 한다. 협력업체가 정당한 이윤을 보장받고, 그 이윤을 다시 차세대 기술 개발과 근로자 처우 개선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영세 협력업체들의 스마트 공장 전환, 친환경 설비 도입, 자동화 인프라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동반 성장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의 힘만으로는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탄탄하고 자생력 있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라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뒷받침될 때만이 대한민국 제조업은 굳건한 성벽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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